"전통가치와 민주주의 조화를"|공자학회 주최 「유학의 역할」 세미나|"인본사상 일캐워 환경파괴 막을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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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득한 봉건왕조시대의 고리타분한 학문과 사상으로 잊혀져온 유학을 오늘의 시각에서 새조명, 새로운 학문체계로 현대화하고자하는 학술행사가 열린다.
한국공자학회(회장 윤사정)주최로 8일 오전10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유학의 신실학적 역할-한국유학의 현대화문제」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는 유학전공자들만의 학술발표회가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각 분야전공학자들이 참가해 주목된다. 정치·행정·사회·교육학등 전공자들이 종합학문인 유학을 전공분야별로 다른시각에서 접근하면서도 현대적 학문체계로의 계승·발전필요성에 공감, 학자들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있다.
기초강연을 맡은 윤사정교수(고려대)는 「현대와 유교의 인존·인도사상」이란 발표문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수있는 유학의 기본정신인 인간존중사상의 회복을 강조한다.
윤교수는 『유교는 전세나 내세를 믿지 않고 오직 현세만을 믿는다. 따라서 현실중시의 경향이 강하며 인본주의적 사상으로 충만돼 있다』며 『이러한 인본주의사상으로 현대사회의 인간소외·인간성 상실·환경 파괴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학자인 진덕규교수(이화여대)는 「한국정치발전과 유학」이란 주제발표에서 『유교의 전통적 가치관을 민주주의와 조화시킴으로써 한국의 정치발전이 가능하다』며 정치발전과 유교의 상관성을 강조한다.
진교수는 『외피적 서구제도의 수용만으론 참다운 한국정치발전은 기대할수 없다』며 해방후 도입된 미국 군사문화가 전통가치를 파괴했음을 상기시켰다. 오히려 유교적 전통과 자본주의가 적절히 결합돼 성공적 발전을 이룬 일본의 예와 같이 유교의 정치문화를 민주주의와 결합시킴으로써 정치발전을 이룰수 있다는 것이다.
백완기교수(고려대)는 헹정학과 관련, 율곡 이이의 뛰어난 학문·사상이 오늘날에도 매우 중시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백교수는 『율곡의 정치·행정사상은 사회과학으로의 승화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특히 실천을 통한 현실개혁을 강조한 그의 실학사상을 높이 평가했다. 율곡의 사상은 왕조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생활을 우선시하는 「민본주의」「양민사상」을 강조한다. 이런 기본정신에서 「백성을 잘살게 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개혁변법방안·정치개방·경제발전정책·행정합리화 정책들이 나오게되며 이는 오늘의 현실을 설명하고 처방하는데도 매우 유용한 방안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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