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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이중섭·김환기 '10억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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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5억원, 25억원, 더 없으십니까…. 서면 응찰 손님께 25억원에 낙찰됐습니다."

7일 오후 5시20분 서울 사간동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의 2층 경매장. 박수근의 유화 '시장의 여인들'이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액에 낙찰되는 순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올해의 첫 메이저 경매 행사였다. 미술 시장의 풍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의미가 있다. 결론은 2005년부터 미술 시장에 불기 시작한 열풍이 올해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이다.

◆최고가 경신 기록=기록 경신의 기세가 심상찮다. 종전 근현대 미술품 최고가 기록은 박수근의 1962년작 유화 '노상'(13×30㎝)으로 10억4000만원(지난해 12월 13일 K옥션 경매)이었다. 최고가가 석 달 만에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박수근의 또 다른 작품 '휴식'(63년작)도 이날 10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환기의 '항아리'도 추정가(9억5000만~12억원)를 5000만원 넘기며 낙찰됐다. 위작 파동 후 지난해 12월 경매부터 시장에 재등장한 이중섭의 작품 역시 9억9000만원으로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로써 한국의 '100만 달러(약 9억5000만원) 클럽'소속 작가는 3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9일 열리는 서울옥션의 경매에서도 박수근의 60년대 작품 '농악'이 추정가 18억~23억원에 출품돼 역시 고가 낙찰이 점쳐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커지는 미술시장=이날 K옥션 경매는 미술 시장의 최근 활황세를 잘 보여준다. K옥션 김순응 사장은 "2007년 매출액을 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며 "미술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 윤철규 사장도 "올 매출액은 최소한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는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표화랑이 주축이 돼 75억원 규모의 아트펀드가 출범한 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100억원 규모의 '골든브릿지 스타아트사모펀드'가 등장했다.

경희대 미대 최병식 교수는 "미술품 경매 시장의 급상승은 세계적인 추세로 한국도 이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규제를 받는 데다 증권 수익률도 미술품보다 훨씬 낮은 것이 미술시장 폭발의 근본적 이유"라며 "과거 부동산과 증권을 했던 사람들이 경영마인드와 투자 기법을 도입해 미술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욱 기자

◆'시장의 여인들'=장터에 나선 여인 12명의 모습을 그렸다. 화강암 같은 독특한 질감, 섬세하게 떠오르는 윤곽선과 잔잔하게 번지는 톤의 여운이 절정기의 기량을 느끼게 한다. 2005년 4월 서울 인사동의 남경화랑에서 한 차례 전시된 바 있다. 원 소장자는 주한미군이던 로널드 존슨. 65년 박수근의 다른 작품 '5명의 여인과 소년'(24.5×15㎝)과 함께 320달러에 구입해 40년간 소장하다 2004년 한국인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영 앞바다'=이중섭은 황소나 닭.인물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대상에 대한 접근을 강조한 풍경화에도 뛰어났는데 이 작품은 그 가운데 대표적이다. 이중섭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72년 현대화랑 특별회고전에 출품됐던 작품. 당시 소장가였던 김광균씨는 현재 호암미술관에 있는 '부부' '황소' '달과 까마귀' 등 이중섭 대표작품의 소장가였다.

◆'항아리'=삼성미술관 리움의 올해 달력 1월에도 이 사진이 실려 있다. 한국적 미를 추구한 작가는 "나로선 미에 대한 개안(開眼)은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은 64년 미국 뉴욕으로 떠난 김 화백이 70년대 초 한국에 들어와 선보인 작품이다. 두껍게 칠한 물감이 부서져 작가가 칠을 다시 해 전시했다. 항아리 오른쪽 윗부분 흔적이 그것이다. 첫 소장자가 30여 년간 갖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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