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인사실험' 대학가로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교수사회가 공무원 조직보다 변화에 더 둔감하다. 철밥통 교직원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전북대 서거석 총장은 7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실적이 없는 교수들을 퇴출시키는 직급정년제를 다음달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수직급정년제는 국립대로는 전북대가 처음이다.

'울산발 인사실험'이 공직사회에 이어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교수평가제와 연봉제에 이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구조조정도 잇따라 착수하고 있다.

◆일정 기간 승진 못 하면 퇴출=전북대는 부교수의 경우 9년, 조교수 7년, 전임강사는 3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기로 했다.그동안 재임용을 받지 못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 탈락률은 '0'이었다.

전북대는 또 부교수의 경우 단독논문을 5편(2인 공저는 8편)이상 써야 정교수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승진 심사를 크게 강화했다. 조교수는 4편, 전임강사는 2편 이상 작성해야 한다.

또 논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교수의 경우 자연계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3편, 인문사회계는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논문 4편 이상을 싣도록 했다. 이 학교는 부교수나 조교수.전임강사 등을 막론하고 지금까지는 논문 2편만 쓰면 자동으로 직급 승진을 해 왔다.

◆연봉제 등 교수평가제도=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7일 "교수사회의 '철밥통' 강도를 '알루미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행정자치부 장관(2005~2006년)을 거쳐 지난달 총장에 취임해 보니 교수사회가 공무원 조직보다 변화에 더 둔감한 것으로 판단돼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교수 강의 평가뿐 아니라 강의 계획, 연구실, 발전기금 모금 등 학교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교수평가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봉제를 전격 실시해 교수들에게 자극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강력한 구조조정 나서=지난달 28일 취임한 심봉근 동아대 총장은 "동아대 직원들은 60년 전통의 대학이 망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철밥통 교직원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 60세가 넘으면 논문을 쓰지 않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직을 내놓을 각오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대학 혁신을 위한 경영진단 추진안'을 마련,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으며 6월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강진권.장대석.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