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피어난 '여인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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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마음밭엔 사계절 로맨티시즘이 움튼다. 하물며 봄임에랴….
귓불에 살랑이는 바람, 살포시 속살 내비치는 꽃망울은 여심을 마구 흔든다.
겨우내 꿈틀대던 '낭만 본능'이 마침내 분출한다.
퓨처리즘·스포티즘의 파상공세에도 '트렌드의 지존은 나'임을 과시하듯 패션가엔 로맨틱 룩의 물결이다.
올핸 인테리어에도 이 물결이 넘실거릴 전망이다.

# 레이디풍 지고 소녀풍 뜬다
60년대 미니멀리즘 무드가 돌아오면서 일자로 떨어지는 미니 원피스는 여체의 곡선을 감춰버렸다. 로맨티시즘 앞에선 S라인이 무색하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트라페즈 실루엣이 몸을 감싼다. 스커트를 가슴 위로 끌어올려 입은 듯한 미니 드레스를 눈여겨보라. 빈약한 가슴과 굵은 허리를 감쪽같이 숨겨주는 '기특한' 아이템이다. 치맛자락 사이로 보이는 하얀 망사 스커트, 발레리나 룩은 가녀린 소녀가 되고픈 마음을 자극한다. 청초·풋풋함이 올 봄 로맨틱 룩의 승부수다.

# 꽃송이를 입는다
꽃과 로맨티시즘의 어울림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브랜드마다 꽃잎으로 뒤덮은 스커트를 경쟁하듯 내놓았다. 평면적 디자인에서 한술 더떠 입체적인 꽃 장식으로 볼륨감을 만들어냈다. 꽃은 모델들의 머리 위에도 피어났다. 유난히 꽃 달린 헤어 액세서리가 많다. 플라워 프린트는 영국풍의 앤티크 스타일이 대세지만 간혹 팝아트적인 프린트도 눈에 띈다.

# 봄빛이 하얘진다
60·80년대 스타일이 전체적인 트렌드에 녹아들면서 컬러 또한 원색적이고 강렬해졌다. 파스텔 톤은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고수한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몇몇 컬렉션에서 빛이 바랜듯한 낮은 채도의 파스텔 컬러를 선보였다. 먼지를 한꺼풀 뒤집어쓴 듯한 옅은 인디언핑크는 화사한 맛은 덜하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다. 파스텔 톤 대신 화이트 계열이 로맨틱 룩에서 선전하고 있다. 순백색부터 베이지에 가까운 아이보리까지 폭이 넓다. 발랄하기보단 깨끗하고 은은함이 이번 로맨틱 무드의 코드다.

-트라페즈 실루엣 (Trapeze Silhouette)
트라페즈는 프랑스어로 '사다리'를 뜻한다. 어깨에서 원피스의 밑단까지 벌어진 모양이 사다리꼴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58년 크리스찬 디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첫 컬렉션 때 부각됐던 실루엣.

이것만 있으면 로맨티시즘이 어렵지 않다!

1. 시폰소재 원피스
로맨틱 룩 연출을 위해 쇼핑을 나설 양이라면 시폰 원피스를 목록에 올리자. 바람에 한들한들 춤추는 원피스 한 벌이면 사랑스러운 느낌이 완성된다. 어떤 디자인을 골라야할지 망설여진다면 끈으로 된 민소매타입의 티어드 스커트(겹겹이 층 진 형태)를 추천한다. 얇은 소재의 티셔츠를 속에 받쳐입으면 경쾌한 레이어드룩을 연출할 수 있다. 카디건을 걸쳐주면 얌전하고 여성스럽다. 여성스러운 시폰드레스와는 정반대 느낌의 매니시한 재킷을 믹스매치하면 시크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저녁 데이트 때 겉옷만 벗어주면 손쉽게 이브닝룩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2. 화사한 컬러의 스카프
간단한 소품으로 극적인 효과를 얻고 싶다면 옷장에서 스카프를 꺼내자. 딱딱한 느낌의 오피스룩조차도 '단지 스카프 하나 둘렀을 뿐인데'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화려한 스카프는 최대한 간단히 매줘야 무늬나 장식의 매력이 배가된다. 심플한 스카프라면 연출시 기교를 부려보자. 목 옆쪽에 큼지막한 리본이 자리잡게끔 말이다. 얌전하고 기품 있어 보이기 원한다면 실크소재를 고른다. 차분히 늘어지는 스카프 위로 은은한 광택이 흐른다. 빳빳한 오간자 소재는 볼륨감을 주면서 얼굴에 시선을 모은다.
스카프 코디법 하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에서 슈트 위에 두른 스카프 연출법을 참고하자. 스카프를 가로방향으로 놓고 등 뒤에서부터 팔을 스쳐 앞섶에서 리본을 묶어준다. 마치 상반신을 선물 포장하듯 말이다.

3. 코사지
큼지막한 코사지(꽃 모양의 브로치)는 가슴에 달아주거나 끈을 달아 목에 걸면 강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머리장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만능아이템. 망사·면·니트·트위드 등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꽃무늬 원피스에 코사지는 옥상가옥(屋上架屋)이다. 까딱하면 공주병으로 오해받는다. 무늬나 장식이 없는 단색의 깔끔한 차림에 매치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프리미엄 심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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