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비리 깊이 사죄|한국 무용협 조흥동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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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해와 용서를 바란다는 부탁을 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부끄럽고 죄스런 마음입니다. 저희 무용인들이 얼마나 뼈를 깎는 심정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이 달 중으로 「무용인 자성의 밤」을 열겠습니다.』 이대 무용과 입시부정 사건으로 홍정희·육완순 교수가 구속된 파문 때문에 침통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인 무용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다함께 사죄하며 새로이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모임을 갖겠다는 한국무용협회 조흥동 이 사장(50). 올해 초 수많은 음악인들이 구속되는 몸살을 앓았어도 한국음악협회가 아무런 의사표시조차 없어 빈축을 샀던데 비해 그는 무용협회를 중심으로 이 같은 「범 무용인 속죄의식」을 치르겠다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그 자리에는 무용인들 뿐 아니라 무용에 관심 있는 각계각층 인사와 일반시민들도 참가해 무용인들에게 평소하고 싶었던 이야기, 즉 따가운 질책과 함께 무용과 입시개선 방안을 포함한 무용발전 방향 등을 거리낌없이 들려주기 바랍니다.』
조씨는 그러면서 「자성의 밤」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구속 무용인들의 간과할 수 없는 업적과 그들이 92년 「춤의 해」및 무용계 전반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량 등을 감안해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탄원서에 서명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11월3일까지 문예회관에서 열리고있는 제13회 서울 무용제 출연자 및 관객들에게도 검찰 등 관계요로에 보낼 탄원서에 서명을 부탁하겠다고 한다.
『무용이 무대공연물로 인정되기 시작한 신 무용시대의 개막이래 60년이 된 한국무용사상 최대의 시련기에 무용협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갈 넘긴다면「춤의 해」를 치르면서 구민회관과 시민회관 및 산간벽지를 돌며 무료공연을 갖는 등으로 일반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노라면 이번 사건의 상처도 차츰 아물고 무용계도 좀더 건강하게 성숙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조 이사장은 이번 사건에서 특정인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전체 무용인들이 모두 아픈 마음으로 사죄하며 더없이 소중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사실을 헤아려 달라고 거듭 당부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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