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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관광수지 85억 달러 적자 "관광도 투기 마인드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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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85억 달러. 벌어들인 돈은 52억 달러인데 우리 국민이 해외 관광 중 쓴 돈은 137억 달러에 이른다. 관광객 숫자도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해외 관광에 나선 우리 국민 수(1160만 명)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의 수(615만 명)는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일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국의 여행.관광정책과 안전, 교통시설 등을 근거로 처음 분석 발표한 '2007년 여행.관광경쟁력지수(TTCI)'에 따르면 한국의 경쟁력은 전체 124개국 중 42위에 그쳤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6위).싱가포르(8위)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일본(25위)과 대만(30위)에도 크게 뒤지는 순위다.

<표 참조>

관광수지 적자시대의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사진(左))과 김종민 한국관광공사 사장(右)이 긴급 대담을 했다.

이 전 장관은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관광산업이 덜 매력적이라는 것"이라며 "관광은 '아이스크림(I scream) 산업, 즉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소리를 지르게(scream)' 만드는 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 또한 "인바운드(들어오는) 여행과 아웃바운드(밖으로 나가는) 여행이 균형 성장하려면 인트라바운드 관광(국내 거주자의 국내 관광)이 기초가 돼야 한다"며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국의 이점을 십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16면>

이들은 "관광의 문화산업적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전 장관은 "호텔만 짓는 '잠자는 관광'에서 벗어나 대관령 초지에서 우드스톡 같은 세계적 음악 페스티벌을 여는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화상품이 훌륭하면 텐트를 치고라도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몰려들 것이란 설명이다.

김 사장은 "밤 관광거리가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빌딩 1층만이라도 백화점 쇼윈도처럼 꾸며 화려한 밤 볼거리를 만들고, 호텔 근방 문화 시설을 야간에도 적극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외형 경쟁으로는 중국에 비교우위가 없다. 규모가 주는 간극을 없애려면 문화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관광지 자체를 스토리보드화할 것"을 제안했다. 관광지 동선을 스토리에 따라 짜고, 그것을 따라가며 역사를 직접 체험하게 하자는 것이다. "가령 명성황후 시해 장소라 하면 테마파크처럼 '통곡의 마당' '수난의 뜰' 등의 이름을 붙여 코스를 만들 수 있다. 교통편의에 따른 관광 루트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해상 무역이나 창조적 예술작품 같은 큰 성취는 목숨을 건 투기의 산물"이라며 "관광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기대를 능가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노리는 좋은 의미의 '투기'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리.김한별 기자

☞◆TT(Tourism Technology)=관광공학.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식.기술.노하우. 인문.사회경영.통계적 지식을 동원해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처음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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