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 웃던모습 눈에 선한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여의도광장에 놀러간다며 환하게 웃던 우리아이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한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19일 오후 10시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영안실.
어이없는 살인충동을 느낀 한 젊은이의 살인돌진 승용차에 치여 숨진 지현일군(12·신봉국교5년)의 아버지 지연호씨(35·상업)는 아들의 시신을 붙잡고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우리 신재는 항상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싶다고 늘 말하곤 했는데 이젠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 다른 희생자인 윤신재군(5)의 아버지 윤용훈씨(37·KBS 프로듀서)는 이럴수도 있느냐며 말을 잇지못했다.
일란성 쌍둥이 남매중 오빠인 신재군은 이날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 변을 당한 것.
영문을 모르는 쌍둥이 동생은 울다 지쳐 쓰러진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연신 『무슨 일이냐』고 물어 보는 이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오로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이 사회가 너무 냉정해서 죽을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람이 많고 넓은 광장을 보자 그대로 모두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눈을 감고 차를 몰았습니다.』
같은시각 영등포경찰서에서는 범인 김용제씨(20)가 태연한 모습으로 범행동기를 말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에 어느새 독버섯처럼 퍼져가기 시작한 이기주의와 충동심리.
이 때문에 급증하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한 범죄들.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 때문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어린이들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제 그 책임감을 절실히 느껴야할 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홍병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