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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녀 맞벌이 부담 늘어 허리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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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나 독신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또 자녀 수가 같더라도 소득이 낮을수록 세금 증가 폭은 더 커진다. 반면 자녀 수가 많으면 같은 소득이라도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정부가 지난해 1~2인 가구에 적용하던 소수자 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자녀 수가 2명 이상인 가구에 '다(多)자녀 특별공제'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2일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소수자 공제 폐지 및 다자녀 특별공제'를 반영한 2007년 간이세액표를 확정해 이달 근로소득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간이세액표는 매달 봉급생활자가 받는 소득에서 기본적인 공제 항목만 반영해 월 얼마씩 세금을 내야 하는지 계산한 표다. 세무 당국은 매달 이 표를 근거로 세금을 징수했다가 연말에 신용카드 사용액.의료비.보험료 등 개인별로 각기 다른 공제항목을 반영해 세금을 정산한다. 재경부는 세제가 바뀜에 따라 430만 명의 독신.맞벌이 가구의 세금은 늘어나고, 자녀 2인 이상의 다자녀 가구.사업자 380만 명은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맞벌이 세금 부담 증가=자녀가 없고 부부 합산 월 소득이 300만원인 가구는 지난해 근소세로 월 2만2540원을 냈다. 그러나 올해 정부의 예상대로 임금이 6% 오른다고 가정할 때 소득은 318만원이 되지만 세금은 월 3만6139원으로 60.3% 늘어난다. 반면 소득도 같고 무자녀이지만 가장 혼자만 버는 가구의 세금은 24.5% 오르는 데 그친다. 자녀 수가 많아져도 맞벌이 부부의 세금 증가율이 가장 혼자 버는 가정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 맞벌이 부부는 각자 소수자 공제 혜택을 받았지만 올해는 이 제도가 폐지돼 공제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독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 수가 같다면 소득이 낮을수록 세금 증가율이 높아진다. 역시 임금이 6% 오른다는 전제하에 자녀가 각기 2명인 월급 300만원과 700만원인 사람의 올해 세금 증가율을 계산해 보면 각각 19.6%와 10.4%가 된다. 소득이 낮은 사람의 세금 증가율이 높다. 그러나 재경부는 세금을 공제한 뒤 근로자가 손에 쥐는 가처분 소득의 증가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율로 보면 300만원인 사람이 5.5%인 반면 700만원인 사람은 5%에 불과해 소득이 높은 쪽의 증가 폭이 작다는 것이다.

◆자녀 많을수록 혜택 증가=소득은 310만원으로 같고 자녀 수만 다른 가구를 비교해 보자. 자녀가 없는 맞벌이는 세금이 15만9000원이다. 그러나 자녀가 한 명 생기면 12만8000원으로 세금이 20% 준다. 자녀를 한 명 더 낳으면 10만7000원으로 세금이 다시 17% 감소하고 자녀가 3명이 되면 여기에 27%가 더 줄어든 7만9000원이 된다.

그러나 근로자 전체로 보면 소수자 공제 폐지로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 다자녀 특별공제로 인해 줄어드는 부담보다 훨씬 많다. 재경부 추산에 따르면 소수자 공제 폐지로 더 걷힐 세금은 55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다자녀 공제로 인한 혜택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가구를 다 합쳐도 3200억원에 불과하다. 재경부는 올해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 혜택을 늘렸기 때문에 연말정산을 해 보면 근로자가 전체적으로 얻는 혜택이 지난해보다 700억원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비 역시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자녀가 없는 독신자나 맞벌이의 세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표구간 상향 조정 필요=현재 소득세는 각종 공제를 다 뺀 과세표준 소득을 4개의 구간으로 나눠 8~35%의 세율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 과표구간은 1996년 조정한 뒤 그대로다. 그동안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임금이 올랐지만 과표구간은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봉급생활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금은 과거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실제로 과표구간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구간에 속한 사람은 96년 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 26만1000명으로 늘었다. 과표구간 8000만원 초과 인원도 같은 기간 7000명에서 5만3000명으로 7.6배로 불어났다. 10년간 소득이 늘어났지만 과표구간이 바뀌지 않아 그만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봉급생활자는 소득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자영업자보다 세금 부담이 더 빨리 늘고 있다. 정부가 거둔 근로소득세는 2001년 7조6766억원에서 2005년 10조3822억원으로 35%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에게서 거둔 종합소득세는 1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해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숨겨진 소득을 찾기 위한 묘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경민.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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