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진료공백 없애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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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1차 진료기관인 개인의원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 현실은 일반환자들에게 큰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에도 적잖은 혼란을 빚고 있다.
중앙일보 14일자(일부지방 15일) 보도에 의하면 일·공휴일에 개인의원들의 휴진으로 일반환자들이 종합병원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에 응급환자들의 진료가 장애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 1차 진료기관의 휴진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무시돼 혼란과 불필요한 진료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1차 의료기관은 문자 그대로 국민보건의료의 최일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적 의무감과 사명감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상가처럼 공휴일에 일제히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은 의료행위가 영업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상행위와는 달리 헌신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봉사정신을 망각한 처사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약국까지도 구역별 교대근무제로 주민의 편의를 돌보고 있지 않은가. 개인의원들도 일부 지방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일정한 구역별 윤번근무제 같은 것을 자율적으로 실시하여 본연의 임무인 봉사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물론 개인병원 나름대로 적극적인 진료의욕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원인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낮은 의료수가와 악화된 경영여건,그리고 잦은 의료분쟁 등이 의사들의 진료의욕을 저상하고 있다. 여기에 1차 의료기관의 질적 평가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각이 긍정적이 못된다는 점도 봉사의욕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1차 진료기관이 갖는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고,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해서도 안될 일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환자 가운데 대학병원의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는 0.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통계대로라면 99.9%의 환자는 개인의원이나 준종합병원이 맡아야할 몫이다. 무조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이들을 개인의원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강제나 홍보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1차 진료기관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하고,개인의원의 장점인 친절과 봉사자세를 강화해야 한다. 인간적이고 수준높은 진료의 질을 확보함으로써 훨씬 비싼 진료비를 무릅쓰고라도 종합병원만을 선호하는 의료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하고,그러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발전하는 최신 의학지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습득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스스로 1차 진료기관의 장점과 이점을 평가하고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자상한 상담과 친절한 진료를 장점으로 하는 개인의원이 환자의 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공휴일에 모두 문을 닫아버리는 일은 그동안 개인병원을 선호해온 고객마저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의료인들의 자기노력과 국민의 인식 개선,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육성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1차 진료기관의 위상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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