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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중국발 오염 '방패막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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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6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이 관측한 대기 중에서 떨어지는 황의 양. 중국에서 발생한 황이 기류를 타고 건너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한반도가 중국에서 발생한 각종 대기 오염물질이 일본이나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물질이 한반도를 거치면서 비에 섞여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항공기를 이용해 한반도 해상 1~1.5㎞ 높이 대기를 10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대기 중 이산화황 농도가 평균 2.0~2.3ppb(1000분의 1 ppm)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본 근해(0.58ppb)나 태평양 지역 농도(0.2ppb)의 3.7~10.8배나 되는 수준이다. 특히 기류가 동중국해와 중국 중남부 공업 지역을 거쳐 한반도로 흘러드는 경우 우리나라 대기의 이산화황 농도는 태평양의 최고 40배 수준인 6.5~8.0ppb까지 올랐다. 반면 기류가 태평양이나 일본 등 다른 지역을 거쳐 이동하고 있을 경우에는 이산화황 농도가 0.4~0.7ppb로 뚝 떨어졌다.

김상균 연구관은 "일본 등의 대기물질 농도가 낮은 것은 한반도에 이들 물질이 비로 흡수되거나 한반도를 거치면서 희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내린 산성비에 포함된 오염물질인 황(S) 성분 중 최대 94%가 중국에서 발생해 한반도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 지상에 먼지처럼 떨어지는 황의 건성침적량 중 7~19%, 비에 섞여 지상으로 떨어지는 황의 습성침적량 중 51~94%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황의 습성침적량 중 봄철에는 공업 지대가 밀집한 중국 남부의 영향이 73~86%에 달했다. 여름철에는 중국 중부 지역에서 한반도로 흘러 들어온 경우가 50~79%였다. 다른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 역시 비슷했다. 일산화질소.이산화질소 등 질소산화물도 한반도 대기에는 평균 1.64~4.79ppb가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일본과 태평양 지역의 0.33~1.56ppb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오존 농도는 기류가 중국 중남부를 거치면 최대 98.7ppb로 일본과 태평양 지역 대기에 잔존하는 오존량의 평균(38.6ppb)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4월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의 통제에 실패했다고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었다. 급속한 공업화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중국 화력발전소가 사용한 석탄만 1억1000t으로 2000년의 두 배였던 것으로 중국 정부가 밝혔다.

김기찬 기자

◆이산화황=석유를 정제하거나 중유.석탄 등 화석연료가 탈 때 발생하는 기체로 대표적인 오염물질이다. 호수와 늪.토양의 산성화를 초래하고 대기 중에 있을 때는 호흡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공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황 등으로 인해 4000여 명이 호흡장애와 질식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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