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민주­민중당 통합론/재야출신인사 중심으로 「물밑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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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선차이 극복·당내민주화가 관건
민주당과 민중당의 통합움직임이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양당은 현재 겉으로는 당대 당 합당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야권대통합」이라는 명제하에 은밀한 교감을 모색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양당의 이같은 움직임의 실무추진역은 지난 9월 신민­민주통합의 일등공신인 민주당의 이부영 최고위원과 민중당의 장기표 정책위원장 라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최고위원은 김대중 공동대표의 유엔 및 유럽 3개국 순방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를 깊숙이 논의,김대표와 통합추진에 원칙적 합의를 보고 귀국후 빠른시일내에 민중당측과 접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는 당초 『민중당은 진보정당으로 존재하는 것이 좋다』며 합당에 큰 비중을 두지않았으나 이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재야권의 대통합의미확대요구에도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은 보수야당인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감싸안음으로써 범야권으로서의 통합의미를 넓히고 이를 내년 4대 선거로 연결시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민중당측은 『기본적으로는 당을 유지한채 선거때는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순수혈통보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중당측은 『민주당이 적극적인 통합의사를 개진해오면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통합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우재 상임공동대표·이재오 사무총장 등은 『현재의 보수여야,진보정당의 3각구도 정국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통합논의가 일면 당론을 모아 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내에서 양당통합에 적극적인 그룹은 민주계의 「민주연합」,신민계의 「신민주연합계열」(약칭 신민련)및 「평민련」.
이부영씨 중심의 민주연합은 연초까지도 민중당계열인사들과는 동지적 활동을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이우정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김대표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 폈던 신민련과,평민당때 13대총선당시 막강한 세를 과시했던 문동환·박석무 의원중심의 평민련도 오랜 재야활동을 해와 민중당인사들과는 친숙한 사이다.
최대 걸림돌은 민중당측의 노선을 고수,통합에 반대하는 다수파를 설득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민중당의 진보·혁신색깔이 너무 강해 통합이 될 경우 선거에 오히려 감표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민주당내 일부 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말하자면 「레드 콤플렉스」로 인해 대국민이미지가 손상된다는 논리다.
이우재 대표·이재오 사무총장·정태윤 대변인 등의 통합관심파,장기표 정책위의장의 중도파,젊은 지구당위원장들의 통합거부파로 나누어진 민중당측은 통합함으로써 ▲노선차이 ▲체질개혁 및 당내민주주의 실천 등에 관한 근본적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가 최대고민.
정태윤 대변인은 『우리는 서민정치중심이나 민주당은 권력접근적이며 보스중심적』이라며 『도덕성과 비전을 갖춘 인물을 중용하는등 대폭적인 수혈과 체질변화를 거치지 않고는 통합의미는 없다』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레드 콤플렉스와 감표요인을 「야권 대통합」이라는 대승적인 입장에서 감수하고 민중당도 보수야당내에서 진보의 공간을 다소 확보하는 현실론을 수용한다면 통합의 걸림돌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대통합의 의미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감표요인 등은 감수해야 한다』며 『진보·혁신보다 야당의 개혁측면에서 민중당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중당의 한 관계자도 『지금은 실기한 상태이나 민주당측에서 적극적인 접근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분문제에 대해 당무위원과 지구당위원장 일부를 민중당측에 할애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중당측 일부 인사도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지난 신민·민주당 통합당시 제시됐던 신민·민주·재야 6대 4대 2 비율이라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적극공세를 띠고 흡수통합이 아닌 당대 당 통합을 강하게 모색할 경우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는게 통합추진론자들의 지적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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