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속죄는 아직도…|신장기증 전과 11범 최영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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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온몸이 푸석푸석하고 핏기도 없이 죽어 가는 네 모습을 보다 생기가 도는 얼굴을 대하니 눈물이 나오는구나.』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10일 오후 2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55) 주최로 장기를 주고받은 13쌍이 모여 「새 생명 나눔 잔치」가 열린 서울 종로2가 YMCA강당.
한때 전과 11범의 「대도」였다가 모범수로 가출소, 신장을 기증한 최영일씨 (45·경기도 포천군 소흘면)와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최씨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되살아난 노병주씨(22·농업·경기도 파주군 법원읍)는 두 손을 서로 꼭 잡은 채 놓을 줄 몰랐다.
나머지 기증자-정혜자의 애절한 사연도 주위의 심금을 울렸지만 「최-노 커플」의 만남은 생명의 나눔을 통해 두 사람 모두 건강한 「제2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끌었다.
1·4후퇴 때 평양에서 부모와 함께 월남한 뒤 소년시절 서울거리에서 못된 손버릇에 물들어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최씨는 84년 12월 절도혐의로 징역 2월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고 11년째이자 마지막인 청송감호소로 넘겨졌다. 그로서는 만 10년째의 징역생활.
그러나 최씨는 이곳에서 베데스타 선교회 김혜순 전도사(48)를 만나면서부터 새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심장판막증이라는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김전도사가 저같이 못난 놈에게 베푼 헌신적인 사랑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씨는 그로부터 만 6년만인 작년 2월 모범수로 가출소했다.
교도소에서 배운 목공예 일을 하며 연명해온 최씨가 장기를 기증키로 한 것은 올 1월.
우연히 신문을 통해 운동본부의 활동 상을 보고 박목사를 찾아가 죄를 씻는 마음에서 장기 기증의사를 밝혔다.
『비록 감옥살이를 한 「더러운 몸」이지만 기증을 통해 제가 지은 죄의 1백분의1이라도 갚도록 도와주십시오.』
마침 작년 1월 입대했다 급성신부전증으로 석달만에 제대, 투병생활을 해온 노씨가 운동본부 측에 구원의 노크를 해와 두 사람은 새 생명의 커플이 됐다. 노씨의 가족들도 모두 자신의 신장을 이식하겠다고 나섰으나 병으로 또는 조직검사결과 서로 안 맞아 노씨는 6월 13일 수술을 받을 때까지 인공신장기로 피를 걸러내는 혈액투석을 주 2회 꼴로 받을 정도로 생명이 위험 수위에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상인이 된 것.
현재 포천의 금성사 전자대리점에 근무하는 최씨는 『내 신장을 하나 떼어 주었다해서 과거가 보상받았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다』며 『다만 작으나마 장기기증을 통해 다소 마음의 위로가 될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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