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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엇갈리는 김일성 방중/북경소식통이 가정한 시나리오 2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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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핵포기 종용대신 지원/낙관론/체제유지 비결 배우러 온것”/비관론
중국을 방문중인 북한주석 김일성은 8일 중국 5대산악가운데 하나인 태산을 관광한뒤 9일 공자의 출생지인 곡부에 당도했다.
북경을 떠나 지방순회일정에 오름으로써 사실상 중국공식방문을 마친 셈인 김일성의 이번 방중을 북경관측통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낙관·비관의 서로 상반되는 두개의 시나리오로 설명하고 있다.
○낙관론
중국은 김일성의 방중이전에 이미 미국과 한반도 핵문제에 관한 은밀한 접촉을 통해 기본합의를 해놓았다.
중국은 북한에 핵보유를 포기토록 압력을 행사하는 대신 북한·미관계정상화를 지원함으로써 유엔가입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제자리를 잡게끔 보장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북압력행사를 위해 최고실력자 등소평 명의로 김일성을 초청했으며,등은 김에게 세계정세변화와 함께 핵무기보유정책을 포기토록 완곡하게 종용했다.
중국측이 김일성을 극진히 환대한 것은 대북압력을 감추려는 대외적인 위장술이었을 뿐이다. 반면 경제난관과 국제적 고립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김일성은 어떤 형태로든 등의 종용에 「성의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반도핵문제에 관한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워싱턴­북경의 의중에 평양이 동의할 경우 오는 22일의 남북고위회담을 전후해 북한은 핵무기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수용하는 형태로 연말까지 한반도에서의 핵철폐와 이에 따른 불가침협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작업반이 편성된다.
중국은 이같은 사태발전을 지켜보면서 김정일을 초청,북한의 후계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성의표시를 한다.
김일성은 핵개발정책포기가 유일한 현상타개책이며 이같은 결정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핵포기가 오히려 후계문제 해결을 포함 체제안정에 유리할 뿐 아니라 미·북관계와 한­중관계 정상화로 연결됨으로써 냉전질서에 대치하는 한반도의 평화구조가 정착될 수 있게 된다.
이상은 한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해결방식이자 북한의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라는 점에서 「낙관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관론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무기개발과 정치적 대응은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기대나 낙관과는 달리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정치적 카드로 사용해 나갈 것이다.
등소평의 요청으로 방중한 김일성은 내심으로 소련공산당의 붕괴보다 중공당의 해체가 앞설 것으로 여겨온 만큼 중국의 현상에 큰 관심이 있었다.
김일성은 이에 따라 중국 각지역을 순회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유지의 비결을 중국의 경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은 국제정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도 시도할만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만약 김일성이 개혁을 시도한다면 외부의 영향보다 내부반발에 의해 먼저 패망할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은 자신이 사망할때까지라도 권력승계나 체제변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장기집권 독재자로서의 전형적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같은 견해는 북한사정에 직접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현지 관측통들에 따른 것이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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