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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부문 진전 계기|"유사시 자동개입"은 불변|UN가입 뒤따른 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판문점 비무장지대 경비관할권의 한국군 이관은 한국방위의 한국화로가는 또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1월 군사정전위수석대표와 한미연합사 지상구성군사령관을 한국군 장성으로 바꾼데 이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한미양국이 군사정전위본부책임구역(MACHA)의 관할권 이관문제를 처음 논의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군사정전위본부 책임구역이란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포함,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 떨어진 가로 1.6㎞ 너비의 비무장지대를 말한다.
이가운데 절반인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2㎞구간은 다시 유엔사 관할의 갑구역과 한미연합사(미보병제2사단) 관할의 을구역으로 나눠져있다.
이번 한국군이 인수하게된 지역은 을구역(가로×세로 각각 1.6㎞)이며 이곳에있는 「올레트」「콜리어」 등 두 미군초소가운데 동쪽 올레트초소는 이관에서 제외됐다.
이는 미국이 비무장지대의 관할권(명분)을 실질적으로 한국군에 남겨주면서도 유사시 인계철선(TRIP WIRE)의 기능, 즉 자동개입의 여지(실리)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상반된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될수 있다.
이번 한국군으로의 관할권이전이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을 내용으로 한 「넌-워너수정안」 의 일환임은 물론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려있는 한반도안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측에 맡기지만은 않을 것이라는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또 주한미군 7천명에 대한 1단계 철수시한이 92년말로 예정돼 있고, 93년부터는 제2단계 감축협상이 개시된다는 사실을 들어 이런 추세대로라면 늦어도 95년까지는 비무장지대 전지역을 한국군이 관장할것으로 볼수도 있으나 이지역에서의 관할권 이관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이 현실화된 시점과 때를 같이해 발표된 이번 한국군으로의 관할권이관문제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킨다든가 유엔사의 해체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와관련, 간용택 합참전략본부장이 19일 발표를 통해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상태하에서도 현행 휴전 체제와 유엔사의 위상과는 아무런 변함이 없으며 현행 휴전체제는 남북간 실질적인 긴장완화조치가 마련될때까지 유엔사의 기능과 더불어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언명한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이다.
한미양국은 지금까지 한미군사위원회(MCM)를 통해 ▲한미야전사해체(92년7월) ▲한국군의 작전권단독행사 ▲용산미군기지이전(96∼97년) 등에 합의해왔으며 이같은 일련의 진전상황은 한국방위의 한국화 실현이라는 공동목표아래 추진돼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경비권의 이관문제가 명실상부한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나 유사시 자동개입기능의 상실문제와는 별도로 적어도 한미군사위원회의 향후 협상전망을 밝게 해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남북간 군사부문에서의 전면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것이 틀림없다.

<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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