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맞는 진로선택이 최선|중대 이길홍 교수, 유형과 대처방안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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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진로선택의 갈등이나 시험불안, 입시실패우려에 의한 압박감 등으로 정신·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으며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수험생도 많다.
그러나 소위「고3병」이니,「입시 병」이니 하는 유행어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통용 화 돼 버린 지금까지도 일부 학부모들은 입시 병을 자신들의 지나친 보상심리나 기대심리로 자녀들이 압박을 받아 생긴 증상으로는 생각지 않은 채 단순히 수험생만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부모들은 수험생들 모두가 똑같은 증상으로 입시 병을 앓는다고 보고 해결방안도 주위에서 했던 그대로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이에 대해 중앙대 이길홍 교수(신경정신과)는『입시 병은 수험생뿐 아니라 가족·친구·학교생활 등 주변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개개인의 특수상황에 맞게 고려해야 한다』며『만일 이를 무시하고 수험생들을 획일적이고 단순하게 대한다면 오히려 입시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해 수험생의 적성에 맞는 올바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입시 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입시 병을 흔히 두통·피로·시력장애·기억력 장애·불면증 등 정신생리 적 신체증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학업포기, 등교거부, 가출, 비행, 약물남용, 자살 등의 청소년문제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이교수가 분류한 입시 병의 유형과 각 유형에 따른 대처방안은 다음과 같다.
◇불안초조형=입시실패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절부절 못하면서 자주 짜증을 내고 시력장애 등 신체적 증상을 일으킨다.
대부분 가족이 과잉기대 하거나, 수험생 자신이 일류 집착 증에 빠진 경우, 사전준비 없이 입시를 맞이했거나 입시실패의 경험이 있는 재수생으로 내향적 소심한 성격에 많다.
학부모들은 가급적 비난과 충돌을 자제하고 자녀들의 짜증을 받아 주면서 수험생들이 목욕·수영 등 가벼운 운동·취미생활을 통해 긴장을 풀도록 해준다.
◇공허형=입시준비로 취미나 친구관계 등을 포기해 심한 허탈감에 빠지는 유형으로 주체성 혼돈, 약물남용, 가출 등의 청소년 비행형태로 악화되기도 한다.
사려 깊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나 가족의 이별·죽음 등 애정의 대상을 상실한 수험생에 많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욕구를 고취시키고 현실감각을 되찾게 해준다.
◇탈진형=무리하게 몰아치기 식 공부를 해 극도로 탈진된 상태로 무기력증·불면증을 나타내는 유형으로 각성제를 남용하거나 수면리듬이 깨진 경우가 많다.
자존심과 의지가 강한 수험생으로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보상심리가 심하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수면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며 각성제 남용을 막는다.
◇절망형=계속된 성적부진으로 열등감에 빠져 의기소침하며 자포자기하는 유형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부모가 자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면서 대화를 통해 전반적인 집안분위기를 명랑하게 하고 쉬운 과제부터 처리케 해 자신감을 북돋워 준다.
◇권태형=단조로운 생활의 반복으로 자신도 모르게 멍청하고 무기력해지는 일종의 슬럼프상태로 수험생에게 일시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유형.
생활의 변화를 위해 여행·스포츠 등의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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