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취업] 대기업 끝나자 벤처취업 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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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대기업들의 취업 시즌이 끝나고 벤처기업들의 인력 구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선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 에 등록된 2천3백여 벤처기업이 총 1만1천여명을 뽑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운영하는 채용 사이트(kova.workey.net)에도 보안업체 시큐리티코리아 등에서 2천여건의 구인 공고가 올라와 있다.

생명과학 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온라인 벤처뉴스 전문업체 대덕넷 등 대덕의 22개 벤처는 오는 5~6일 대전 목원대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공동으로 채용박람회(www.ddjob.co.kr)를 펼친다.

연구개발.관리.영업.생산.기자직 1백여명을 뽑는 이번 박람회에는 회사 순방, CEO와의 대화 등도 마련했다. 회사를 꼼꼼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http://sbti.sbs.or.kr)도 19일까지 이공계 대졸 미취업자에게 벤처기업 취업 알선을 해주고 있다.

벤처들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취업 희망자들은 대체로 벤처를 외면하는 현실이다. 취업 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최근 구직자 3천1백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대기업에 가겠다는 응답이 61.6%인 반면 벤처는 7.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취업 전문가들은 "대기업도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채용을 늘려가는 추세이므로, 상대적으로 입사하기 쉬운 벤처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한다.

구직자들이 벤처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벤처에 대한 불안감이다. 벤처 거품이 빠지며 상당수가 문을 닫은 것이 이 같은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에 대해 대덕넷의 김영중 팀장은 "수익을 올리는 탄탄한 제조 벤처도 상당히 많다"며 "홈페이지를 방문해 재무 여건을 살피면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의 장점은 ▶조직이 작아 기획.마케팅.재무 등 모든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의사 결정이 빨라야 해 순발력을 키울 수 있으며 ▶복장 등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등이다.

취업정보업체 파인드잡(www.findjob.co.kr)의 정재윤 이사는 "벤처에서는 CEO를 비롯한 임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면 대기업에서보다 훨씬 빨리 간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손꼽히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전자정부 개발 벤처인 트레니즈로 옮긴 한창성(31)팀장은 "벤처에서는 개인의 성과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쳐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경험을 전했다. 그는 "'어디'에서 일하는가보다 '무슨'일을 하는가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벤처를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벤처 경력이 유수의 회사로 옮기는 밑천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이정부(32.여) 마케팅 과장은 지난 7월 벤처에서 옮겨 왔다. 그는 "특히 외국계 회사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할 때면 정보가 부족해 벤처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SAP코리아는 최근 李과장과 같은 벤처에 있던 인력을 한명 더 채용했다.

헤드헌팅업체 IBK의 신영화 이사는 "유망 신사업을 펼치는 벤처라면 대기업이 나중에 같은 분야에 뛰어들며 그 벤처를 인수.합병하거나 인력을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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