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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국, 독도 문제 논리로 맞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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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은 오랫동안 사무라이, 즉 무인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무력으로 패권을 다투는 전쟁이 몇 백년간 계속됐다. 그런 일본도 임진왜란 이후에는 조선에서 주자학을 받아들여 무사 정통 사상으로 삼았다. 그 후 일본은 명분과 논리를 중요시해 약 270년간 에도(江戶) 시대라는 평화 시대를 구가하게 된다.

이어 일어난 메이지(明治) 유신은 천황에게 모든 권력을 돌려주고 왕정을 복고(復古)한다는 명분 아래 단행됐다. 그것은 무력적 정권 교체라기보다 천황 중심주의를 내세운 존왕(尊王)파와 에도 막부(幕府)를 연명시키려는 좌막(佐幕)파의 논리와 명분 싸움이 핵심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일본은 어떤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충분히 논리와 명분을 쌓아 놓는 습성을 갖게 됐다. 다시 말해 일본은 조선의 선비정신 중에서 논리와 명분의 힘을 받아들였고, 이를 먼저 확립해 놓은 뒤 무력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일본인의 이 같은 태도는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국제적 분쟁이나 논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국제법이나 서양 열강의 관행 등을 면밀히 연구해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내는 일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2월 22일은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일방적으로 제정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이다. 시마네현은 올해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우기는 데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그들은 국제법의 논리에 입각한 역사적 사실을 동원해 그들의 활동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는 나름대로 논리와 명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측이 단순한 시위나 항의 활동만으로 대응한다면 결코 일본에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들의 논리가 잘못된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그들의 주장을 꺾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활동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논리와 명분을 철저히 논박하지 않고 그들의 활동만 막으려 한다면 충분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 측의 시위나 항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일본의 주장이나 명분을 더욱 강화시킬 우려도 있다.

무작정 전쟁터에 나가면 지게 마련이다. 이젠 한국 측도 시위에 나서는 그 열정으로 논리와 명분을 쌓아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한 역사적.국제법적 자료를 발굴해 더욱 과학적이고 치밀한 논리와 명분을 축적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에게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무엇을 은폐.왜곡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의 약 80%는 독도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20%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논리를 잘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누구나 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지식인 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현상은 하루속히 시정돼야 한다. 한국의 지식인이라면 자신의 전공 분야뿐 아니라 주요 국제 이슈의 쟁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독도 영유권은 주권은 물론 경제적 이해가 걸린 중대사다.

이와 함께 일부 한국 인사가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독도 문제를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상대편이 잘못 알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국익을 해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올바르게 고쳐 주는 게 진정한 선비의 역할이 아닐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