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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 판사 "대법원장 거취 결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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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사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20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로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지금까지 법관들이 집단으로 사법개혁을 촉구하며 대법원장 등 수뇌부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개인 자격으로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법관 인사 문제 있었나=정 부장판사는 법관 인사제도를 비판했다. 특히 최근의 법관 인사를 문제 삼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조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와 막역한 사이여서 영장을 발부하고 실형을 선고하는 데 관련된 법관들이 모두 좌천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사실관계도 틀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 부장판사가 좌천 사례로 든 이모 부장판사는 동기생(연수원 17기) 중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도 오히려 영전한 케이스라는 것이다. 또 조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황모 부장판사 역시 승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실형 선고'와 연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황 부장판사도 "내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당황스럽다"며 "법관의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으로 법관이 인사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의 주장으로 법원 인사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선 판사들 반론 제기=정 부장판사의 주장에 일선 부장판사들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댓글을 달아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문형배 부장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임한 대법원장의 거취를 언급하면서 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것은 판사의 글답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진경 부장판사(의정부지법 고양지원)도 "법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실 관계로 대법원장을 흔드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린다 김 법정구속한 정 판사=1982년 사시 24회에 합격, 86년 광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광주지법 장흥지원, 대전 및 수원지법 등에 있다가 97년 서울중앙지법에 입성해 2005년부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000년 서울지법에 근무할 당시엔 백두사업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군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47)을 법정구속했다.

정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 내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건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운영하는 등 업무 면에선 상당한 열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석판사나 부하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주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것이 대법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엔 함께 일하던 배석판사 한 명이 "정 부장판사의 업무스타일에 문제가 많다"며 법원행정처에 탄원을 냈다. 이 배석판사는 탄원서에서 정 부장판사의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 과중한 업무 지시, 모욕적인 언행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조사 결과 정 부장판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이 배석판사를 다른 곳으로 전출시켰다.

정철근.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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