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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겨울올림픽 유치 진두지휘하는 푸틴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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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치를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슬로프에서 청소년들과 직접 스키를 타 보이고 있다. [소치 AFP=연합뉴스]

대통령이 현장에 직접 왔다. 더구나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것도 하루에 두 차례나. 한 차례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30분이었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두고 한국(평창)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소치)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소치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관계기사 28면>

푸틴 대통령은 이른 아침인 20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2시30분) 소치에서 승용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스키 코스인 크라스나야 폴리야나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지 실사를 취재하기 위해 소치를 찾은 취재진에 직접 브리핑을 했다. 스키 코스를 안내하면서 겨울올림픽을 치르기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10시간 뒤인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밤 12시)에는 소치 시내 러스 호텔에서 다시 한번 세계 각국의 언론들을 상대로 '소치 홍보전'을 했다. 하루 두 차례나 기자들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직접 홍보전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 실사 마지막 날인 17일 IOC 조사평가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 정도면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정부의 충분한 의사를 밝힌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바로 '깜짝 쇼'로 대응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초 소치에 8년간 117억 달러(약 11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북해 연안의 휴양 도시인 소치에는 현재 겨울올림픽을 치를 만한 시설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금 계획을 보장하면서 강력한 유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평창 유치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당초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도시 중에는 모든 시설이 완비된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가 가장 앞서 가고 소치는 3위 정도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인해 요즘에는 소치가 가장 강력한 후보 도시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현지시간으로 19일에는 소치의 임시 아이스링크에서 역대 올림픽 피겨챔피언 출신들의 '아이스 쇼'가 열렸다. 예브게니 플루셴코, 타티아나 나브카, 로만 코스토마로프,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 막심 마리닌, 이리나 슬루츠카야 등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고, 이 역시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설 면에서 평창에 뒤져 있는 소치가 푸틴 대통령과 스포츠 스타들을 총동원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인 셈이다.

러시아 소치=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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