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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 '종달새'들의 비상(飛上) 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월 7일부터 13일, 태릉 빙상장(선수전용)은 국가대표 피겨 선수들의 뜨거운 땀방울로 가득했다. 이 기간에 진행된 훈련에는 4인의 피겨스케이터 최지은(19.성신여대), 김연아(17.군포수리고), 김수진(18.과천고), 김민석(15,대전둔산중)선수가 참여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김연아(17), 김수진(18), 최지은(19), 김민석(15) 선수가 태릉링크에서 웃어보이고 있다.[사진=신동민, 곽진성]

오전, 오후 계속되는 훈련은 고되지만 이들은 서로의 별칭을 부르며 신나게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지은 언니는 훈련밖에 모르는 연습 벌레에요!" (김연아 선수)

"연아는 별명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줌마라고 놀려요." (최지은 선수)

"수진 누나는 개그맨이에요. 완전 엉뚱하죠. (김민석 선수)

"민석이는 ̄돌석(石)자를 써서 민돌이에요! 김민돌 선수!" (김수진 선수)

한없이 밝은 4인의 피겨스케이터, 하지만 이들은 알고 보면 깊은 부상으로 마음고생을 한 공통점이 있다. 부상을 이겨내고 꿈을 찾아 날아오르는 이들은 지금 서로 격려해가며 성장해가고 있다. 그들의 비상(飛上) 훈련, 그 현장을 일주일 간 밀착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피겨 국가대표 '4남매'의 뜨거운 연습현장!

태릉 빙상장 피겨 국가대표팀 락커룸에서 최지은 선수가 다리에 난 상처를 테이핑하고 있다.
사진=신동민, 곽진성

지난 달, 장춘 동계 아시안 게임에 한국피겨대표로 출전한 최지은 선수(이하 '그'), 5일, 한국에 돌아온 '그'는 달콤한 휴식이 그립지만 그럴 짬이 없다. 세계 피겨 주니어 선수권 대회(25일, 독일)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일정은 훈련, 또 훈련이다. 훈련으로 짜여진 고단한 생활, 7일에는 급기야 일생의 한번뿐인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친구들 얼굴만 보고 훈련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아 ̄졸업식이요?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 너무 미안했어요!"

8일, '그'는 오전 지상훈련에 이어, 오후에 숨고를 시간도 없이 짐 하나를 손에 들고 태릉 빙상장으로 향한다.

선수전용 빙상장은 일반인들에겐 금단의 구역이다. 국가 대표 선수전용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선수 부모나 관계자들도 허가 없이는 들어 가지 못한다. 링크 출입구에서는 건장한 경찰관이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그'가 국가 대표 임을 안 경찰관은 살짝 길을 내준다.

오후 3시, 연습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다리를 들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유연한 다리는 일자가 되어 얼굴보다 더 높게 올려진다. 그런 '그'의 별명은 연습벌레다. 가장 일찍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연습현장에 남아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연습에 임하기에 앞서 네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정성스레 신고 있다. 왼쪽위부터 최지은, 김연아, 왼쪽아래부터 김수진, 김민석
사진=신동민, 곽진성

'그'가 몸을 푼지 20분 쯤 지난, 3시20분, 국가대표 김수진 선수와 대표팀 내 유일한 남자 선수이자, 막내 김민석 선수가 도착한다.

"언니, 언니 몸은 좀 괜찮아? 아시안 게임보고 깜짝 놀랐어."

김수진 선수가 '그'를 보자마자 놀란 얼굴을 하며 묻는다. 옆의 김민석 선수도 마찬가지로 궁금한 모양이다.

"나, 정말 너무 아파서 기권 할 뻔했다니깐. 연기할 때 웃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그'는 할말이 많다. 연신 아시안게임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수다로 삽시간에 지나간 30분, 3시50분이 되자 갑작스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열리는 문사이로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보인다. 허리디스크 치료차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오는 길이다. 뒤늦게 도착한 김연아 선수를 보자, '그'의 얼굴에 더욱 웃음빛이 돈다.

"연아야 ̄나 아시안게임에서 죽는 줄 알았다니깐 ̄하하"

그러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김연아 선수의 답변이 이어진다.

"언니, 몸 관리 좀 잘해! 제발, 아프지도 좀 말고!"

"응! 연아야, 너도 이번 동계 체전에서 힘내!"

그렇게, 걱정과 우정이 뒤섞인 국가대표 피겨선수들의 수다 속, 4시10분 합동 훈련이 시작된다. '그'를 비롯해 '피겨여왕' 김연아, '국가대표' 김수진, 김민석등, 네 명의 스케이터들은 분신처럼 여기는 스케이트 화를 신는다. 그리고 빙상장으로 걸어 나간다. 그들은 훈련현장에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학생 인턴기자 곽진성.신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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