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개방,충격완화책 있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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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부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해외금융자본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단계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3일 재무부가 발표한 주식시장개방계획의 내용을 보면 비록 개방의 폭이 제한적이고 개방의 진도가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개방시기의 선택에 있어 내부여건 보다는 외부압력을 더 많이 고려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경제규모와 증권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작은 여러 개도국들이 오래전에 증시를 개방했고,개방을 통해 증시의 효율성과 자생력을 높인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어 개방을 무작정 미룰 수 만은 없다는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증권산업과 증권시장의 취약한 구조로 인해 개방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남아 있고,무엇보다 경상수지의 대폭 적자와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의 불안정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감안하면 내년초가 증시개방의 적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기의 부적절함을 굳이 지적하는 것은 연기를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시개방의 충격완화 조치들을 마련하는데 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금년초의 증권산업 개방과 7월의 유통산업 개방은 모두 우리경제의 허약체질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시기에 단행됐고,내년에는 이 조치들의 실질적 파급효과와 증시개방 충격이 겹쳐지게 된다는 것을 정책당국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증시개방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금리와 환율결정의 자율화조치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제의 불안정을 증폭시킨다. 오는 10월의 금리자유화 1단계 시행을 앞두고 은행대출 금리가 크게 뛰어 오른 사실과 환율변동의 허용 폭을 확대한 직후 환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확대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비단 증시개방의 선행조치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전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금리와 환율이 시장기능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장치의 확대 도입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충격을 되도록 줄이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기왕 증시개방에 나선 이상 개방의 긍정적 효과를 십분 활용,국내 증권산업과 증시의 구조를 개선하고 효육성과 안정성을 높이며,나아가 국내 자본시장 전체가 견실한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증시개방의 국민경제적 비용에 해당하는 통화관리의 어려움과 물가불안의 가중,그리고 원화수요 증대로 인한 원화가치의 상승과 국제수지적자 압력의 증대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으로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계해야 할 것은 불법적인 핫머니의 대량 유출입으로 인한 국내주식시장의 교란이다. 정부는 외국인투자한도의 설정과 가명거래의 규제등 몇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증시과열 시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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