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요타, 미국 차 자존심 추월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본격적인 나스카 시즌에 앞서 11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버드와이저 슛아웃’(시범경기 성격)에서 자동차들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앞에 큰 자동차 사진은 나스카에 처음 참가한 도요타 캠리. [데이토나비치 AP=연합뉴스]

올 시즌 첫 나스카(NASCAR.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Racing) 대회인 '데이토나 500'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다.

한 경기 평균 관중이 12만5000명(2006년)에 이르는 미국의 거대 모터스포츠인 나스카는 1년 동안 장소를 바꿔가며 36번의 대회를 치른다. 데이토나 500은 '나스카의 수퍼보울'로 불린다. 미국 내 TV 시청자는 5000만 명, 데이토나비치에 모여드는 팬만 30만 명에 이른다. 11%에 이르는 시청률은 미국 프로풋볼(NFL) 다음이다.

미국에서만 열리는 나스카는 백인 중심의 스포츠다. 애국심은 대회의 중요한 테마로 '가장 국수주의적인 스포츠'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의 도요타가 올해부터 캠리를 나스카에 출전시킨다.

다른 자동차 경주와 달리 나스카는 겉모습은 길거리를 달리는 모습 그대로 속만 고친 튜닝카들이 경쟁하는 대회다. 지금까지는 포드의 퓨전, GM계열 시보레의 몬테카를로스, 다지의 차저 등 세 종류만 출전했다. 1950년대 초 유럽산(産) 재규어가 잠시 출전한 적이 있으나 그 후 50여 년간 외국 브랜드가 경기에 나온 적은 없었다. 나스카의 독특한 배타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된 차라면 어떤 차라도 출전할 수 있다'는 나스카 규정의 빈틈을 도요타 캠리가 파고 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였다. 2001년에만 2위로 밀려났을 뿐 지난해에도 44만8445대를 팔아 1위를 지켰다. 도요타는 지난해 캠리의 선전을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14%를 기록,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GM.포드와 함께 빅3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언론은 나스카를 가리켜 '프로스포츠의 훈족(Huns)'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훈족은 4세기 유럽을 휩쓴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으로,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유발한 거대한 세력이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호전적인 훈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스카는 미국 프로스포츠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기당 시청률이 MLB(프로야구 메이저리그).NBA(미국 프로농구).NHL(북미 아이스하키리그)보다 두 배가량 높다. 오직 NFL만이 나스카를 앞서고 있다.

도요타의 목표는 '완벽한 현지화'다. 일본 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완전한 미국 차로 인식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스카는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7500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폭스 등 미국의 거대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나스카와 8년간 44억8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했다. 스폰서십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시즌당 16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미국 프로스포츠 중 최고 액수다.

캠리가 나스카에 연착륙한다면, 도요타는 현지화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훈족 도요타가 드디어 나스카에 상륙했다'고 표현한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