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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 루아얄 "다시 왼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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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11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빌팽트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사회당 대선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다급해졌다. 최근 지지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까지도 집권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였지만 최근 들어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인 루아얄은 최근 잇따른 실언과 당내 비판 속에 지지도가 집권당 후보 사르코지보다 4~5% 뒤지고 있다.

사회당 내에서조차 "구체적인 노선과 정책 없이 이미지만 내세워 인기를 끌려고 든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루아얄은 회심의 역전을 노리고 11일 100대 대선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그의 초조한 마음만 드러냈다는 평가다.

루아얄은 지난해 11월 사회당 전당대회 직전부터 사회당의 기존 입장과 상반되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그 때문에 전체적인 지지도는 높였지만 전통적 사회당 지지기반인 저소득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공약들을 보면 늦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는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 12만 호를 건설하고, 최저임금(SMIC)을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월 1254유로인 최저임금을 1500유로로 올리고, 월급생활자의 전반적인 임금 수준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저소득층 퇴직 연금의 5% 인상과 무이자 대출 확충 공약도 내놓았다.

사회당 지지기반인 서민층으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온 주 35시간 근로제 폐지도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였다. 10여 년간 사회당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주 35시간 근로에 대해 그는 줄곧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런 그가 "주 35시간 근로제를 유지하면서도 노사 양측에 피해를 줄이는 방향을 찾겠다"고 했다. 당내의 비판에도 끄덕하지 않던 그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을 노린 공약도 줄을 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1만 유로를 대출해 주고, 25세 이하 여성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범법 청소년들을 군대식 훈련 캠프에 보내 교육하겠다는 방안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민이 정치인들의 직무 수행을 평가하는 시민배심원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들은 12일 이들 공약에 대해 "서민층에 대한 구애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루아얄은 듣기 좋은 공약들을 나열하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장밋빛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재원 마련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이번 공약이 사회당 지지층의 이반을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계속해 불거지는 재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자신이 내놓은 서민 정책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별장과 고급 아파트, 단독주택 등 170만 유로(약 21억25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앞다퉈 전하고 있다.

공약 발표 뒤 사르코지는 "사회당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책만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라고 비꼬았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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