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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 노출증 여성 쾌감에 무디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사람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해서만 성적 충동을 느끼지만 동물은 냄새로 교미할 상대를 유혹한다. 즉 어떤 특이한 냄새를 만들어 발산함으로써 성적 충동을 유발하는데, 이 화학물질을 페로몬(pheromone)이라고 부른다. 이 신비의 물질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캐서린 듀렉과 리처드 엑셀, 두 학자가 말의 콧구멍 아랫부분에 있는 서골비기관(鋤骨鼻器官)이란 곳에서 발견함으로써 그 기전이 확인되었다.

이 발견은 같은 뿌리로 발전해 온 인간에게도 그와 같은 수용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만일 사람에게도 그 페로몬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여성의 질이나 겨드랑이에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포유동물 중에서 페로몬의 효과가 가장 확실하게 작용하는 동물은 개과의 짐승들이다. 수캐는 암캐의 몸에서 분비되는 페로몬 냄새를 맡으면 50리 밖에서도 발정해 달려온다. 이런 법석은 암캐가 발산하는 페로몬이 수캐의 비강 속에 있는 서골비기관을 통해 감지될 때 생기는 전기신호가 신경편도체와 시상하부로 전달된 결과 일어나는 성적 흥분 현상으로 설명된다.

비슷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일어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는 봄에 남녀 모두 바람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특수한 방향(芳香)을 가진 이 꽃 냄새의 가성(假性) 페로몬 효과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가끔 성 문제로 문진하다 보면, 겨드랑이 냄새가 강한 여성을 유난히 좋아하는 별난 남성을 보게 된다. 게다가 여성의 겨드랑이 체모만 보아도 그 시각적 자극에 숨결이 거칠어지는 사람도 있다. 물론 겨드랑이에 부드러운 숨결을 불어넣거나 슬슬 입김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헉 소리를 내며 뒤로 몸을 젖히는 여성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간을 ‘알몸의 원숭이’라고 말하듯 인체는 기본적으로 무모(無毛)의 상태다. 물론 머리, 겨드랑이, 음부 등 몇몇 장소에는 체모가 남아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체모가 남아있는 곳은 모두 체취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아포크린선 계통의 부위라는 사실이다.

땀샘에는 에크린선과 아포크린선 등 두 계통의 땀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에크린선은 태어날 때부터 거의 온몸에 분포되어 있고, 대부분의 땀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아포크린선에서 분비되는 땀에는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함유돼 있어 박테리아의 서식처가 되고 그 부패 작용의 결과 특이한 냄새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른바 체취의 기초이고, 성취(性臭)의 근원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포크린선의 분포 밀도가 남성보다 75%나 더 많다고 한다. 겨드랑이나 음부 등 중요한 성취가 고인 곳이 여성의 가장 강렬한 섹스 포인트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의 겨드랑이가 성적으로 민감한 것은 거기에 감각 수용기나 말단신경이 모여 있기 때문인데, 그곳이 언제나 접혀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늘 접힌 상태로 보호받고 있는 겨드랑이 피부는 매우 얇다. 혈관도 떠 있어 잘 보이고 손을 가져다 대면 맥박도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극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의 패션은 여체를 이리저리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배꼽티, 민소매 블라우스, 엉덩이가 절반쯤 드러나는 로 웨이스트 청바지, 등이 푹 파여 히프가 보일 것 같은 드레스 등 어떻게 보면 요즘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자신의 몸매를 보여주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가진 뇌쇄적(惱殺的)인 성적 도발능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여성은 긴 옷으로 몸을 감추고 다니는 여성보다 겨드랑이나 척추 혹은 배꼽 주변의 피부 감각이 훨씬 무뎌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외적 자극에 자주 노출된 결과 그곳의 피부가 발 뒤꿈치처럼 튼튼해 졌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은 오르가슴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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