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힐 '핵 합의문' 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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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 6자회담 이틀째인 9일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한두 가지 넘어야 할 쟁점으로 좁혀진 상태"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돌아온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는 무엇을 동결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무언가 폐쇄하고 폐기하고 포기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기사 5면>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에 대한 동결 수준 이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 5개국이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시설 '폐쇄'는 '동결'과 달리 재가동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본 취지와 목표는 공감해도 구체적 문안 합의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문안 내용의 핵심을 설명하고 아이디어를 나눴고 북한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오찬 회동을 했다.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가 아닌 인근의 한 호텔에서 양측은 대북 지원 규모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수석대표가 협상 초기에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특히 회동에서 '합의문'에 담길 내용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뒤 김 부상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본 것도 있지만 전반적인 회담을 보면 일련의 대치점이 있는데 그건 좀 더 노력해 타개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남북 수석대표 회담을 했다. 양측은 인도적 지원의 재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6개국은 이날 의장국 중국이 제시한 합의문 초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A4 용지 2~3장 분량의 초안에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 등 핵시설을 60일 이내에 '폐쇄'하면 ▶나머지 5개국은 즉각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며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 그룹을 구성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상 그룹은 ▶비핵화(핵 폐기) ▶에너지.경제 지원 ▶동북아 안보협력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등 5개 분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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