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키우는 가정교육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늘의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내일의 가정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가정이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기본적 사회단위이면서 동시에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깊이 연구하고 논의해야 할 이 사회의 당면과제라고 생각한다.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과정 속에서 겉모습은 핵가족화 되었지만 속사정은 가부장적 의식속에서 갈등과 방황을 겪고 있는게 우리가정의 오늘 모습이다.
남편은 남성우월주의와 가정의 민주화라는 두갈래 흐름 속에서 때로는 폭군이 되고 때로는 무능한 월급쟁이가 되는 양극의 혼란을 겪고 있다. 아내는 아내대로 때로는 가정경제의 실력자로서,때로는 남편과 자식의 노예라는 두갈래 혼란을 동시에 겪고 있다.
가정을 이루는 주체로서의 두 기둥이 갈등과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원만한 자녀교육과 가정교육 부재라는 사회적 위기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여성사회교육회의 연차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문용린 교수의 「21세기 가정교육」은 이런 여러 문제들을 새삼 우리의 문제로 제기하면서 앞으로의 가정과 가족의 위상과 기능을 모색케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교수가 예상하는 21세기의 가정은 정보화 사회에로의 급속한 이행으로 나타난다. 이 사회속에선 부모의 맹목적 권위는 용납되지도,통하지도 않게 된다.
21세기의 가장이 직장에 나가는 시간이 현재보다 훨씬 줄어들고 사무의 과학화·기계화에 따른 집안근무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여가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또 삶의 목표를 자유롭게 추구하는 다원주의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개성과 가치가 존중되는 분위기로 바뀌어질 것이다.
예상되는 이러한 가정의 변모된 모습 속에서 부모의 역할과 기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이 변화의 추세에 대비해서 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가정교육을 시켜야 할 것인가.
다원화·개성화·정보화의 시대속에서 가정은 민주적 공동체 의식으로 우선 합쳐져야 할 것이다. 부모는 강요와 간섭이 아닌 합리적 판단과 설득력으로 자녀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가족이기주의가 자녀의 지나친 부모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본다면 자녀의 자생력을 강화하자는 문교수의 제안은 많은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무엇이 자생력인가. 산업화시대를 살아갈 자녀의 독립심과 자율성의 고양이고 민주시민사회를 살아갈 공동체적 도덕의식이 그것일 것이다.
자녀의 자생력 강화가 가정교육의 목표가 되기위해선 부모의 민주적 역할분담과 합리성에 따른 가정의 운영이 또한 선결과제인 것이다.
동시에 2세의 창의력,자생력을 말살하는 방향으로 방치되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공동체 의식보다는 경쟁심과 극단적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사회제도와 풍토도 끊임없이 실생활속에서 고쳐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