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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 실리콘밸리' 초고가 와인 10만불 도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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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

▶샤토 페트루스(Chateau Petrus) 1959년산 샤토 페트루스는 워낙 귀해 한 병에 1만1000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최고 부촌중 하나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아서턴에서 일어난 '와인 도둑' 사건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는 아서턴의 한 개인주택에 침입 다른 고가물건들은 그대로 둔 채 10만달러 상당의 와인만을 들고 사라진 도난사건을 '가장 캘리포니아다운 범죄'라고 부르며 초고가 와인만을 노리는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와인 전문가로 보이는 도둑은 집 주인이 휴가를 가기 위해 집을 비운 지난해 12월28에서 올해 1월4일 사이에 각종 경보장치를 뚫고 집에 침입 개인 와인창고에 저장돼 있던 450병 10만달러 상당의 와인을 훔쳐갔다. 이중에는 프랑스 보르도 최고와인중 하나인 1959년산 '샤토 페트루스'(Chateau Petrus)와 역시 1959년산 샤토 베이슈벨(Chateau Beychevelle)도 포함됐다.

▶샤토 베이슈벨(Chateau Beychevelle) 베이슈벨은 원래 ‘돛을 내려라’는 뜻으로 군대에선 상관에게 예의를 표시하는 ‘받들어 총’에 해당한다. 조직에서 충성의 의미로 선물하기 좋은 와인이다.

실리콘벨리의 아서턴은 찰스 슈왑과 같은 금융자산가나 벤처 사업가들이 살고 있는 부자동네로 아서턴의 부자들은 와인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집들이 극장 체육관과 함께 실내 와인 저장고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지역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1주에 한 번씩 쓰는 와인섹션은 아서턴 주민들 사이에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기사로 여겨지고 있다.

도둑은 프랑스 보르도산 희귀와인 등 고가와인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아서턴의 개인주택을 타켓으로 삼아 집안 내부자의 도움을 받은 듯 흔적도 없이 경보장치를 해제하고 와인셀러에 들어갔다. 와인보관에 가장 적합한 온도인 화씨55도에 보관돼 있던 2002년산 '존스 패밀리'(Jones Family) 등 나파밸리 컬트 와인들도 함께 도난을 당했다.

이제 와인은 희귀가치를 인정받으며 '액체황금'으로 불리고 있다.

▶컬트 와인-캘리포니아에서 소량 생산, 한정 판매하는 고품질 와인들을 칭한다.

와인 전문가인 데이픈 더븐은 "아즈텍 사람들에게 초콜릿이 그러했듯 와인은 이제 하나의 '유통화폐'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둑들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달러보다는 와인을 소장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와인전문 잡지 편집장인 토마스 매튜는 "최근 경매에서 거래된 와인의 가격이 계속상승하고 있음을 볼때 와인절도는 이해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2005년 주요 경매를 통해 1억6600만달러어치의 와인이 거래됐다. 지난해는 거래액이 2억4000만 달러까지 커졌다.

실제 소더비에선 1982년산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50케이스가 100만50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샤토 무똥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라벨을 디자인한 와인 ‘샤토 무똥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2004’가 유명하다.

또 2005년산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가 한 병에 800달러까지 치솟으며 오래된 와인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매튜 편집장은 "공급은 제한돼 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도둑이 극성을 부리자 와인을 저장하는 와인셀러의 디자인도 바뀌고 있다. 지문 인식장치와 음성 인식장치는 물론이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레이저 보안장치들도 와인셀러에 장착되고 있다.

2만7000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한 개인 수집가를 위해 최첨단 와인 저장고를 제작해 준 토드 반 와인셀러 디자이너는 "고가 미술작품들 처럼 고가 와인들도 진품 인정서와 함께 전파추적 장치를 달아 도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전국경제인 연합회 만찬장에서 그룹총수들에게 82년산 샤토 라투르를 선물했다. 가격은 한병에 1000달러선.

[USA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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