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살”에 “계획살인” 의혹계속/오대양 수수께기 최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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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2명이 6평서 나흘 지낼수 있나/세모 한스농장과 고작 35㎞거리/다른곳서 살해­운반 가능성도 주목
(주)세모 유병언 사장이 1일 사채사기혐으로 구속돼 오대양과 세모의 사채를 통한 「연결고리」가 드러남에 따라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에 대한 수사결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1일부터 검사 6명을 보강,검사 10명과 검·경찰 수사관 등 모두 50명으로 전담반을 새로 구성해 사채부분은 물론 오대양 암매장자수·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의 성격·배후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
검찰의 전면 재수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드러난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의 의문점을 정리해본다.
◇집단변사의 성격=87년 당시 경찰은 『박순자 사장이 채권자들의 빚독촉에 몰리고 채권자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쫓기게 되자 용인공장으로 피신,식당천장에서 은둔생활을 하다 공장장 이강수씨에게 지시해 자신을 포함한 31명을 목졸라 숨지게 한뒤 이씨도 목매 자살했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채권단·김현 의원 등은 『제2의 장소에서 제2의 집단에 의해 살해돼 식당천장으로 옮겨졌다』며 「집단 살인극」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와 달리 「상호교살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몇개의 조를 만들어 한조가 다른 한조를 목졸라 죽이는 방법을 반복,마지막 한명이 남을 때까지 「천국의식」을 실시했다는 것.
◇부검=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경수씨의 사인과 정액검출부분.
경찰은 공장장 이씨가 다른 사람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뒤(교살) 자신도 목을 매 숨졌다고(액사) 발표했다.
그러나 채권단들은 이씨의 목에 난 흔적(색흔)을 살펴볼때 도저히 액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매 자살한 경우 V자형 색흔이 목앞에만 나타나야 하는데 이씨의 경우 목뒷부분까지 선명한 색흔이 나타나있어 누군가가 살해한 후 자살을 가장하기 위해 목을 매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측은 『전형적인 액사인 경우 목뒷부분까지 색흔이 연결되지 않지만 탄력성이 강한 끈이거나 매끄러운 끈으로 올가미형태의 매듭을 만들면 이런 색흔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이씨가 사용한 끈은 매끄러운 비닐류이고 올가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교살·액사의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
박순자씨를 포함,검사했던 12명의 여자 모두에게서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난 부분에 대해 경찰은 『검사방법에 문제가 있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측은 『박씨등은 최소한 6∼7명 이상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당시 부검팀장이었던 황적준박사는 『이들의 정액양성반응은 성관계때문이 아니고 부패과정의 시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같은 부검팀에 속해있었던 최상규박사는 『확실히 성관계에 의한 양성반응』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장=87년 당시 경찰은 『32명이 모두 5.8평에 불과한 합판위에서 3박4일간 생활하다 집단자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측은 『상식적으로 볼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다른 곳에서 살해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검증자였던 전 치안본부 강력계 이삼재 경정은 『5.8평에 불과하지만 32명이 생활가능한 공간이었다』며 『특히 현장주변에서 대변봉지와 주먹밥 등을 넣은 비닐봉지가 30여개 발견돼 천장에서 생활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건전후 의혹=채권단측은 사건당일인 29일 새벽 봉고차가 2∼3차례 사건현장을 오갔다는 목격자들의 말에 따라 29일 새벽이전에 다른 장소에서 이들이 살해돼 옮겨졌을 가능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 제2의 장소로 사건현장에서 35㎞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기도 안성군 한스농장(구원파·세모측이 운영)을 지목했다.
왜냐하면 사건발생 4일전인 25일 당시 오대양 총무과장 노순호씨가 타고 다니던 승용차가 용인공장과 한스농장 한가운데 위치한 저수지 근처에서 발견됐기 때문.<이규연·홍병기기자>
□오대양 집단변사사건 의문점
조항
주장 경 찰 채권단·김현 의원
·집단변사의 성격 집단자살 계획적 살인극
·32명의 사망원인 29명 본인의 동의에 모두 타살
의한 교사·3명 액사
·발생장소 오대양 용인공장 식당 한스농장·공장지하실
천장 등 제2의 장소
·살인 집행인 공장장 이강수씨 최소한 6∼7명이상의
살인전문집단
·이강수씨 사인 액사 액사를 위장한 교살
·정액 검출 사채부패로 인한 반응 성관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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