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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철학자대회 한국대표 소광희교수(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주체사상도 들어볼 생각”/학문통해 이질성 극복 해야죠
북한측이 한국철학회 주최로 오는 8월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민족 철학자대회」에 학자 10명을 포함한 20명의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27일 밝혀옴으로써 분단후 남북학자들이 국내에서 한자리에 앉아 공동의 학문적 관심사를 토론할 최초의 역사적 장이 열리게 됐다.
북한측의 대회참석통보사실에 대해 한민족 철학자대회의 주최측 대표인 소광희 교수(한국철학회장·서울대)는 『이번 대회는 분단 반세기동안 이어져온 생활이나 사고방식의 심각한 이질화현상을 극복하고 남북 서로가 충격없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학문적 바탕을 모색키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계기로 민간차원의 남북간 직접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소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북한 학자들이 이번 한민족 철학자대회에 참석을 공식통보해온데 따른 주최측 대표로서의 소감은.
『한마디로 날로 성숙해가는 남북대화분위기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불투명하던 북한측 학자들의 참석이 결정되고 나니 솔직히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대회운영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북한 학자들이 이번 대회를 정치가 아닌 순수한 학술토론의 장으로 인식해주길 바라며 또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싶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는 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북한쪽에서 사회과학원 철학사상연구소장 김창원과 주체사상의 권위로 알려진 박승덕이 참석하는 것은 확실한듯 하나 그밖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는 바가 없다.
소련에서 게라심 유가이 교수(모스크바대)등 5명,중국에서 이홍순 교수(연변대)등 5명,미국에서 김재권 교수(브라운대)등 5명,일본에서 박용곤 교수(조선대) 등 3명이 오게되며 독일의 송두율 교수는 아직 참석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이 대회석상에서 발표할 논문은 이미 지난 5월말까지 주최측에 모두 제출돼 인쇄가 진행중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와 전체적인 운영방식은.
『변화하는 시대와 철학의 과제란 주제아래 「통일공간의 사상과 체제」「변화하는 한국사회의 규범문화의 제고」「산업화사회와 환경대책」「주체사상과 시대의 변화」란 4개의 소주제를 설정했다. 1부에서는 이들 4개의 소주제에 맞춰 북한측을 포함한 26명의 재외학자들이 발제에 나서게되며 2부에서는 자유발표의 형식으로 40여명이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주제는 물론 철학전반에 걸쳐있지만 아무래도 북한학자들이 제기하는 주체사상 문제가 대회기간 내내 토론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북한측 학자들이 대회에 참석키로 한 것은 역시 주체사상에관한 소주제를 따로 마련하는 등 주최측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물론이다. 북한의 철학·사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되며 일단 열린 자세로 그들의 주장을 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분단이후 막혀있던 양측 주의 주장에 새로운 이해가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남북 학자가 한자리에 모여앉아 의견을 나눈다는 것이다. 대응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본다.
북한 학자들이 이번 대회를 주체사상의 일대선전장으로 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많은 것 같은데 사전조정등을 통해 그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힘쓸 생각이다.
또 일부학생·급진층도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주체사상에 대한 국내의 연구가 부족한듯한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대응차원에서라도 진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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