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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소설은 소설인데 사진 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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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 마음산책
128쪽, 9500원

사진을 감상할 때 그야말로 '대략난감'인 상황이 있다. 제멋대로 분석하고 해석을 해봐도 창작물을 내놓은 예술가의 속내를 가늠치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세계적인 예술가 소피 칼이 지은 이 책은 친절하다. 작품 사진은 기발하며 다소 당황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이미지(사진)에 묶여 있는 글(소설)이 상상의 세계에 빠진 독자가 엇길로 나가는 걸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물론 독자의 자유로운 사유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손은 잡아준다. 저자의 작품전을 관람한 옮긴이도 "사람들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먼저 본 뒤 글을 읽는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본다. 그러면 처음 보았던 사진은 어느새 다른 모습이 되어 있다"고 했으니.

자전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게 이 책이다. 저자는 9세부터 49세까지 자신의 중요한 '추억'을 사소한 사물을 통해 전한다. 빨간구두는 어린 시절 구두 훔치기에 함께 나선 친구를 떠올리는 매개체가 된다.'나 대신 결정을 내려줬던' 헤어진 연인은 그가 저자에게 남겨준 주사위로 표현된다. 지극히 평범한 사물에 실린 '나의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옷을 입다보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선을 긋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 모호함이 오히려 책의 매력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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