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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알라는 같은 神" 부시 발언에 美교계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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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평소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고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한발 더 나아가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교의 알라는 같은 신(神)"이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일 런던에서 열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합동기자회견 석상. 한 기자가 "평소 자유는 주님(Almighty)의 선물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슬람교도들도 그 주님을 믿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블레어 총리는 엉뚱한 대답으로 질문의 핵심을 피해나갔지만, 부시 대통령은 무심코 "자유는 미국의 선물이 아니라, 주님의 선물이며 이슬람교나 기독교나 같은 신을 믿는다고 생각한다"는 순진한 대답을 내놓았다.

다음날 미국 교계는 발칵 뒤집혔다. 미국 최대의 개신교 단체인 남침례교 컨벤션의 리처드 랜드 총재는 즉각 "언제부터 대통령이 최고의 성서권위자가 됐느냐, 이는 명백한 실수"라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주요 기독교 웹사이트와 라디오 토크쇼에서도 "어떻게 테러나 저지르는 사악한 무리들의 신과 우리의 하나님이 같단 말이냐"는 주장과 "코란에도 아브라함과 모세.예수를 모두 선지자로 인정한다. 여호와와 알라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는 반박이 이어지며 때아닌 성서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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