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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도마에 오른 선거비/「광역」비용 사상 첫 실사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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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평균 2천만원… 권한 제한돼 실효의문/매표도 조사못해 경종에 뜻
중앙선관위가 광역의회 선거비용에 대해 우리나라 선거사상 처음으로 실사작업에 나선 것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선거망국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최근의 금권타락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선관위의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는 금권선거는 법조항으로만 규제돼 왔을뿐 후보자들에게 의해 철저히 외면당해 왔고 선관위도 형식치레로 단속을 외쳐왔을뿐 이번처럼 후보자들이 지출한 선거비용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조사는 원칙적으로 이번 광역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2천8백60명 전체를 상대로 시·군·구 선관위가 중심이 돼 실시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5일까지 각 후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선거비용 지출명세서·영수증·계약서 등을 정밀조사한 후 사무실 임대업자·선거운동원·인쇄업자 등 첨부된 영수증·계약서의 발급자들에게 거꾸로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시·군·구 선관위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8월말까지 취합,위반자에 대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선관위가 정해 이를 공시하고 후보자는 그 범위내에서만 지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자의 선거사무장으로 하여금 ▲회계장부를 비치·기재하고 ▲지출비용에 대한 영수증,기타 증빙서류를 구비하고 ▲지출내역서를 선관위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6·20 광역의회 후보자 2천8백60명이 선관위에 제출한 선거평균비용은 1천9백80만원. 이는 선관위가 선거비용 제한액으로 공시한 후보 1인당 전국평균액 3천1백72만원의 3분의 2에도 못미치는 액수였다. 심지어 대구 동구의 한 후보는 10만2천원밖에 안썼다고 보고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또 최고액은 서울 종로의 5천2백만원인데 이 후보는 낙선했다.
이같은 후보자들의 보고액수는 최저 수천만원에서 10억대 이상씩을 쓴 것으로 알려진 지난 선거의 유례없는 금권타락선거에 비추어볼때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실제 후보들 자신도 형식적인 보고를 했음을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출마했던 이모후보(무소속)는 『보고서 자체가 요식화된데다 다른 후보들도 일반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지게 형식적으로 쓰고 있어 나도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 보고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지출내역서가 허위로 보고된 경우라도 선관위의 인력과 권능이 워낙 제한돼있어 이번 실사에서 허위사실을 밝히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은 물론 중앙선관위의 전반적 분위기다.
임좌순 선거국장은 『지출내역서의 내용에 의문이 가면 직접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임대주·인쇄업자·선거운동원 등 피조사자들이 불응할때는 수사권이 없는 선관위로서는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실사의 범위가 현행법상 선거운동원의 적법한 선거사무에 필요한 비용에만 국한되고 매표·금품·향응 등 음성적인 선거비용을 규제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어 실질적인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실사는 당장의 결실보다는 돈안쓰는 깨끗한 공명선거분위기 조성을 위해 경종을 울리고 이를 통해 선거비용을 사후에 검증·제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정비의 계기로 삼는데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박동서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은 현재의 가장 큰 과제가 선거비용을 대폭 감축하는데 있으므로 이를 도울 수 있는 제도화가 선행된후 정직한 공개와 엄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좌순 국장은 『현행 선거법상 선거비용규제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시인하고 『따라서 앞으로는 선거비용 지출보고서외에 수입명세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허위보고에 대한 체벌규정을 강화,후보자의 당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실사를 위해서는 선관위가 제한적인 수사권과 같은 사후 감독권한을 갖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임국장은 말한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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