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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아프리카·라틴 음악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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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쿠바음악 하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정도만 알았던 사람들에게 로스 반반의 음악은 충격 그 자체였다.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운 살사 리듬에 몸을 맡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했지만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로스 반반의 흥행 성공은 공연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월드뮤직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 남미.아프리카가 몰려온다= 3월 따뜻한 봄 기운과 함께 국내 공연계에 거물급 월드뮤직 스타들이 몰려온다. 스타트는 3월 1일 첫 내한(LG아트센터)하는 세네갈 출신의 수퍼스타 유수 은두다. 그는 월드뮤직의 세계적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이다. 쿠바음악에 서부 아프리카 음악을 혼합해 '음발락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었다. 쿠바의 라틴 리듬에 서부 아프리카의 탄력 있는 리듬을 깔끔하게 섞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해온 그는 90년대 초반부터 그래미상 단골 후보로 거론돼 왔다.

같은 달 15일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하는 추초 발데스는 쿠바가 배출한 아프로-쿠반 재즈의 거장. 로스 반반의 후안 포르멜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쿠바가 배출한 최고의 천재음악가로 꼽힌다. 쿠바 음악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래미상도 수차례 수상했다.

이어 3월 28일에는 남아공의 세계적 가스펠 그룹 '소웨토 가스펠 콰이어'가 공연한다(LG아트센터). 아프리카 음악 중 양적.질적으로 가장 뛰어난 남아공의 음악 유산에 가스펠을 도입해 새로운 스타일을 빚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1일에는 브라질의 디바로 불리는 마리자 몬치가 찾아온다(LG아트센터). 미모와 재능을 함께 갖춘 그는 브라질 전통리듬에 록.재즈.팝적인 요소를 섞어 미국.유럽.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바 스쿨과 성악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기본기가 탄탄하며, 류이치 사카모토를 비롯한 세계적 뮤지션과 수차례 협연했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밀튼 나시멘토(브라질)와 오스카 디레옹(베네수엘라)의 방한도 추진 중이다. 밀튼 나시멘토는 20세기 대중음악 거인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맨해튼 트랜스퍼.웨더 리포트.웨인 쇼터 등 재즈계의 거장들이 그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다.

오스카 디레옹은 석유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최고 수출품으로 꼽히는 아티스트다. 살사가 라틴음악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

◆ '지금, 여기' 왜 월드뮤직인가= 지난해 로스 반반의 예상 밖 성공이 가장 큰 자극이 됐다. 월드뮤직의 잠재력을 확인한 공연기획사들 사이에 굵직굵직한 아티스트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는 팝과 재즈, 록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웬만한 아티스트는 이미 내한 공연을 했고,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불러들이려고 해도 개런티 등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문화의 주요 소비층인 20, 30대가 지구촌의 여러 문화가 녹아든 월드뮤직으로 관심을 돌린 것도 큰 요인이다. 특히 흥겨우면서 우리 정서와 잘 어울리는 라틴음악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지구촌의 거장이 대거 찾아온다는 점에서 올해는 월드뮤직의 해로 봐도 된다"며 "각국의 개성 강한 음악이 한국 음악의 다양성을 키우는 데 한몫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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