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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폭력」을 보는 한미 시각차/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3월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찰관 몇명이 흑인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을 한 시민이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것이 미국 전역에 방영되었다.
당시 그 장면이 너무 잔인하다해 미 전역에서 해당 경찰관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경찰전체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언론과 인권운동가들은 이 사건이 우연히 발생된 것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고질적인 병폐가 노출된 것이라며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시기적으로 약 한달간의 차이는 있으나 당시 우리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경찰이 비슷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은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무슨 사건만 났다하면 사건의 전말은 덮어두고 우선 해당장관을 인책하고 일단 장관이 바뀌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모두 잊고 만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사건후 일단 경찰국장의 사임은 덮어두고 사건의 진상과 경찰조직의 개선을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이 위원회에 해결책을 위임했다.
경찰국장이 추천한 3명과 시장이 추천한 7명의 인사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석달여동안 다섯차례의 공청회,50여명의 전문가 증언,3백여명이 전·현직 경찰관 인터뷰,86년부터 컴퓨터에 수록된 경찰관들의 대화내용등 각종 서류를 검토한 끝에 방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시절 미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고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살고있는 크리스토퍼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위원회는 현 대릴게이츠 경찰국장의 사임을 포함,경찰업무 개선을 위한 광범한 개선책을 제시했으며 톰 브래들이 시장은 이를 즉각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토퍼는 『이번 사건은 비단 로스앤젤레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각 지역경찰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의 개선을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발표했으며 주요신문들도 이 보고서가 미국 경찰의 질적인 개선에 획을 긋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도 사건이 날때마다 속죄양을 찾아 사건을 덮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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