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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손짓하는 사교”/「오대양」 최대희생자 이상배씨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5억원 뜯기고 딸도 끝내 희생/돋받으러 갔다가 부부 몰매맞아
오대양 사건으로 돈을 빼앗긴 채권자가 수백명에 달하고 밝혀진 사망자가 36명이나 되지만 이상배(54·주유소 경영)·노금례(54)씨 부부야말로 오대양사건으로 온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최대의 피해자다.
87년 8월16일 오대양 사무실에 돈을 받으러 갔다가 초주검이 되도록 집단폭행당한 이씨부부의 진정이 바로 오대양사건 수사의 발단.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교주 박씨와 신도들은 잠적했고 열흘만에 용인에서 32명이 변시체로 발견되면서 「검은바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체로 발견된 신도중에는 이씨의 큰딸 선희씨(당시 29세)도 끼여있었다.
『81년께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던 큰딸이 오대양의 마수에 걸려들었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있다는 친구의 꾐에 오대양 학사를 다니기 시작한거죠. 선희는 점점 오대양에 빠지면서 동생 4명을 모두 그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이씨 부부는 처음엔 자식공부를 시켜주는 박교주가 고맙게만 느껴졌고 82년 2천만원을 비롯해 87년까지 모두 5억원을 빌려줬다.
이씨부부가 오대양의 실체를 깨닫고 발을 빼려했을땐 이미 깊숙이 빠져든 뒤였다.
『87년 돈을 달라고 오대양에 찾아갔다가 창고에서 신도 10여명에게 5시간이나 집단구타를 당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오대양 신도가 찾아와 「교통사고라고 말하지 않으면 정말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더군요.』
이씨부부는 그날밤 병원을 탈출,3일 뒤인 19일 충남도경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이씨의 신고로 교주 박씨 등이 연행됐지만 박씨는 조사를 받다 실신,아들과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타 다른 신도들을 이끌고 잠적해 결국 변시체로 발견됐다.
『교주가 달아난뒤 승용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가던 큰딸 선희는 우리몰래 택시를 타고 교주를 쫓아가버렸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세뇌가 됐기에 부모를 버리고 죽음의 강을 건넌단 말입니까.』
자식을 잃은 슬픔을 삭이던 이씨 부부는 4년만에 다시 두딸이 경찰에 연행되고 구속되는 날벼락을 맞고있다.
오대양농장 암장사건을 저질렀다며 4년만에 느닷없이 자수한 당시의 오대양 신도들이 이씨부부의 두딸 복희(30)·인희씨(27)가 살인·시체암장에 가담했다고 증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내딸들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복희는 결혼을 위해 다음달 약혼식을 가질 예정이었습니다. 도대체 오대양은 언제까지 우리가족을 쫓아다니며 괴롭힐 겁니까.』 이씨가족의 이야기는 사이비종교가 어떻게 한 인간과 가정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대전=이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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