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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억션(억대맨션)마련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본을「가깝고도 먼 나라」로 표현하는데는「잘 아는 듯 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이란 뜻도 들어있다. 우리가 느끼는 일본은 오늘의 일본보다 과거의「제국주의 일본」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오늘의 일본은 과거와 다르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중인 소설가 한수산씨가 급변하는 오늘의 일본·일본인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글을 계간『사상』여름호에 기고했다. 한씨의 글은 오늘의 일본을 상징하는 현상이나 유행어를 중심으로 쓰여져 쉽고 재미있다.
우선 한씨는 일본인을 세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전쟁 중 살아남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키가 작고 다리가 O자형으로 구부러져 있다. 전쟁의 참혹, 전후의 궁핍을 체험해 내핍과 절제를 생활의 근본으로 삼는다. 둘째는 오늘의 경제대국 일본을 만든 일 벌레 장년들이다. 과노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들은 전후 일본을 일으켰다는 자부심과 함께 정년퇴직을 앞두고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셋째는 60년대 중반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 신인류다. 30대인 이들이 오늘날 일본의 주인공이며 변화의 주체들이다.
신인류가 만들어 낸 요즘일본을 상징하는 말들을 한씨는 이렇게 추러내 보았다.
◇3K일신인류가 싫어하는 직장을 나타내는 세가지형용사의 영문 첫 문자다.
즉「구라이」(어둡고), 「기쓰이」 (힘들고), 「기켄」(위험한)직장을 피하라는 것이다.「기쓰이」대신「기타나이」(더러운)를 넣기도 한다.
이는 요즘 우리 사회의 제조업기피현상과 같다. 동시에 인력난을 뜻한다. 일본젊은이들은 힘든 생산직을 싫어하며, 그들 대신 동남아 인들이 3K일을 맡는다.
이와 관련된 신생어가「파토」「바이토」다.「파토」는 영어「파트타임」(시간제 근무)의 일본식 약어며,「바이토」는「아르바이트」의 약어다. 일본의 젊은이와 여성들은 고정직의 구속을 받기보다「틈 나는 대로」「좋아하는 일자리」를 골라 시간제로 근무하길 좋아한다. 남은 시간은 레저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억션=「억대의 맨션」이란 말을 줄인 것으로 주택난을 상징한다.
일본인은 대부분 셋집에 살며 평균 수입의 30%를 월세로 지출한다. 당연히「내 집 마련」이 꿈이며, 그 대상이 곧 억션이다. 아파트20평이면 2억엔 정도다.
그러나 이와 관련 새로운 두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는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하고 생활을 즐기자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임대아파트 거주자가 자기 집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자가용을 가진 것과 같다. 둘째는 동경을 벗어나 지방에 살면서 신칸센고속전철로 차를 마시면서 출퇴근하는 것이다.
◇오바상보이·오지상갸루=젊은 남녀를 부르는 말이다. 남자를 가리키는「오바상보이」는 일본어「오바상」(아주머니)과 영어「보이」(boy)의 합성어다.
여자 같은 남자라는 뜻이다. 조잘조잘 떠들고 찔찔 울며 우물쭈물한다. 이들은 또「편리군」으로 불린다. 여자에게 무조건 잘해주니 여자입장에서 편리한 남자란 뜻이다.
반대말인「오지상갸루」는「오지상」(아저씨)와 영어「걸」(girl)의 합성어로 남자 같은 여자란 뜻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성취욕도 높아 과거의 순종적인 일본여인상과는 판이하다. 술·담배를 마다 않고 해외여행과 골프를 즐기며 독신을 주장한다.
◇3고일=일본여성이 좋아하는 신랑후보의 3대 조건.
키 크고 수입 많고 학력 높은 남자를 좋아한다.(일본어로는 세가지 모두「고」로 표현된다). 구체적으로1 백75㎝이상키에 일류대를 나오고 연봉 8백만엔 이상이면 된다.
이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젊은 남자보다 여자가 적기 때문이다.「결혼적령기 남자 한사람이면 여자는 버스1대분」이라던 전후상황이 급변, 요즘은 남자6이면 여자4의 비율이다. 당연히 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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