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실은 다이너스티, 달릴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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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현금 50억 실은 승용차, 남산 고개에서도 '너끈'

▶ 권노갑씨 현대비자금 200억원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법 형사3단독 직원들이 양측변호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동 지방법원 앞에서 승용차에 현금을 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금 40억~50억원을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남산 고개에서도 너끈히 굴러갔다. 비자금 2백억원을 40억~50억원씩 승용차로 운반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측에 전달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權씨 변호인측이 요청한 현장 검증은 검찰의 완승으로 끝났다.

21일 오후 서초동 법원청사과 남산 주변에서 벌인 현장 검증에서는 현찰과 같은 무게의 종이 상자를 차에 싣는 실험이 10여 차례, 차가 달리는 실험이 3차례 반복됐다. "2억~3억원이 담긴 종이상자를 한번에 40억~50억원씩 싣고 4~5차례에 걸쳐 종로 계동 현대 사옥에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부근까지 운반했다"는 현대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을 여러 방법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법원 근처 은행에서 현금 5억원을 빌려 미리 준비된 종이상자에 2억원과 3억원을 나눠 넣고 무게를 쟀다.계측 결과 2억원 짜리 종이 박스는 23.2kg.3억원짜리는 34.7kg이 나갔다. 실제 실험은 현금 대신 같은 무게의 종이를 종이상자에 넣어 실시됐다.현금 강탈 사고가 잦은 상황에서 현금 50억원을 모두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재판부는 현금 대용으로 A4용지 10만장, A3용지 5만장, B5용지 2만5천장 등 17만5천장의 종이를 준비했다.상자 45개는 법원이 특별히 주문 제작했고 무게를 재는 전자계측기도 저울업체에서 빌렸다.현금을 나르는데 이용됐다는 다이너스티 리무진이 판매가 중단돼 현대상선 측에 협조를 구해 어렵게 임원이 타던 차를 협조받을 수 있었다.

오후2시30분터 시작된 첫 검증은 2억원짜리 상자 14개와 3억원짜리 4개 등 40억원어치를 싣는 것.예상보다는 쉽게 모든 상자가 승용차 안에 들어갔다.종이 박스 18개를 실은 다이너스티는 시속 40~50km의 속도로 법원 주변을 15분만에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다음부터는 종이 상자의 숫자를 늘려 나갔다.액수가 늘었지만 상자는 승용차 안에 모두 들어갔다.2억원짜리 상자 14개,3억원짜리 상자 6개 등 46억원어치를 운반하는 주행 실험때도 승용차는 가볍게 움직였다.

權씨측 변호인단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변호인단 법원청사에서의 주행실험이 끝난 뒤 "종로에서 강남으로 오려면 남산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주행실험에는 이런 고개가 없었다"며 항의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오후 4시부터 남산의 비탈길에서 마지막 실험을 했다. 하지만 차는 역시 여유있게 고개를 넘어갔다.

김현경 기자

#4신 오후 4시50분 44억·46억 싣고도 거뜬히 주행

이후 재판부는 44억원과 46억원이 든 박스를 차량에 실었으며,차량은 서초동 일대를 25분간 거뜬히 주행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50억원이 차량에 들어가는지,주행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마지막 현장 검증을 벌이고 있다.

#3신 오후 4시 40억 실은 다이너스티, 주행에 문제없어

▶ 21일 서울 서초동 지방법원 광장에서 열린 권노갑씨 현대비자금 200억원 사건 현장검증에서 대형승용차에 2억 14개.3억 4개 (총40억)로 총18개의 돈 상자가 가득 실려있다. 상자안에는 현금이 아닌 종이가 가득 차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날 현장 검증에서 재판부는 오후 3시 10분쯤 2억원이 들어있는 박스 14개, 3억원이 든 박스 4개(총 40억원)를 다이너스티에 실었다. 검증 결과 뒷자리에 빈 공간이 충분히 남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차량은 서초동 법원을 출발, 서울지검을 통과해 고속버스터미널 뒷편을 거쳐 삼호가든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 본래 위치로 오는 코스를 15분간 주행했다. 검증 결과 차량 주행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관계자는 "현대측이 권 전고문에게 전달한 돈이 40~50억원이라고 해, 우선 40억원을 실어날랐다"고 말했다.

#2신 오전 10시50분. 복사지 17만장으로 가상 '돈 박스' 제작

▶ 21일 서울 서초동 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권노갑씨 현대비자금 200억원 사건과 관련, 현장검증에 사용될 돈박스(?)가 광장에 쌓여 있다. 현금 2억.3억 이 들어가는 이 박스안에는 실제 현금이 아닌 종이가 가득 차 있다. (서울=연합뉴스)

오전 10시50분부터 서울고법 가동 2층 기자실 옆에서 준비된 박스에 현금 2억원과 3억원 무게의 복사지를 담기 시작했다.

법원은 지난주 말 검찰과 변호인 합의 아래 사건 기록에서 나타난 박스의 크기에 맞게 박스 60개(2억짜리 40개, 3억짜리 20개)를 주문 제작했다.

2억용은 '라면박스' 크기로 가로 51cm,세로 24.3cm,높이28.5cm다. 3억용은 '사과박스' 크기이며 가로 50cm,세로 36.8cm,높이28.9cm다.

돈대신 담을 종이는 복사지를 썼다. 법원은 A4용지 10만장(2천5백장이 담긴 박스 40개), B5용지 2만5천장(2천5백장이 담긴 박스 10개), A3용지 5만장(1천2백50장이 담긴 박스 40개)등 모두 17만5천장을 투입했다.

판사.검사.변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2억용 박스 1개와 3억용 박스 1개를 시험 제작했다.

박스를 전자저울에 올려놓고 일단 복사지를 넣었다. 그리고 무게를 소수점까지 정확히 맞추기 위해 모자라는 부분은 모래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박스에 넣었다.

검찰이 이 때 문제를 제기했다. 복사지와 모래를 넣어 만든 박스의 부피가 돈을 넣었을 때보다 약간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장은 "박스 크기도 어차피 임의로 한 것 아니냐"며 이를 무마했다.

이날 현장 검증엔 포토라인까지 무너뜨리며 취재진 40여명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법원에 들렀던 일반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박스 제작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지금은 재판장 등 관계자들이 자리를 뜨고 법원직원들만 남아 계속해서 2억짜리 박스 30개와 3억짜리 박스 15개를 만들고 있다.

김현경 기자

#1신 오전 10시. 2억원·3억원 든 상자 무게 측정

▶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노갑씨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지법 형사3단독 직원들이 21일 서울 서초동 한 은행에서 현장검증 첫단계를 위해 현금 5억원을 상자에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2백억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검증이 2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내 조흥은행 법조타운 지점 2층 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 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이날 현장 검증에서 은행에서 마련한 5억원을 각각 2억원과 3억원씩으로 나눠 상자에 넣은 뒤 각각 무게를 쟀다. 이날 현장 검증에는 황부장 판사와 권노갑씨측 변호인,검사,법원 및 은행직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2억원을 종이 박스에 담아 전자 계측기에 달아본 결과 23.2㎏,3억원 짜리는 34.7㎏이 나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오후 2시30분부터는 서울 고법 앞마당에서 2억원 및 3억원이 들어간 상자로 50억원을 만든 뒤 다이너스티 리무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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