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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은 직장여성 '사직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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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년여 동안 커플매니저로 일하던 梁모(27.여)씨는 결혼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3월 회사를 그만 뒀다. 빡빡한 회사 일과 집안 일을 모두 챙기다보니 몸이 좋지 않아 사표를 낸 것이다. 몇달 뒤 건강이 좀 나아져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력서를 내는 회사마다 출산과 육아 계획을 물어봐요. 그래서 일단 아이를 낳고 키우다 다시 취업하기로 생각을 바꿨죠. 그때 조금 참고 회사를 다닐 걸 하고 후회도 해요."

梁씨는 "주변의 친구들도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은 직장생활의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梁씨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여성 임금근로자 10명 중 6명은 결혼한 뒤 회사를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결혼하면 결혼 전에 비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김우영 공주대 교수가 출산경험이 있는 25~64세의 기혼여성 3천2백4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결혼 전 직장생활을 했던 여성 중 62%가 결혼 뒤 사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金교수는 최근 이 같은 연구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정책연구'에 발표했다.

金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취업률은 16.4%로 미혼여성의 27.6%에 비해 11.2%포인트나 낮았다. 연령별로는 25~34세의 여성 취업률이 결혼 전의 34.8%에서 결혼 뒤에는 19.7%로 15.1%포인트 떨어졌다.

미혼 때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던 여성이 결혼한 뒤 임금근로자가 될 확률은 1.7%에 불과해 결혼 전에 회사를 다니지 않은 경우에는 취직이 불가능함을 방증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58.3%는 아이를 낳은 뒤 회사를 그만 뒀다고 답해 출산과 육아가 여성근로자의 직장생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후 취업률은 15.4%로 출산 전 취업률인 24.1%에 비해 8.7%포인트 낮았다.

金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 여성근로자의 상당수가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등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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