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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으로 가진 않을것" 전문가들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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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산 섬유.의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긴급 수량제한 조치로 불거진 미.중 간 무역마찰을 두고 미국 내 대부분의 전문가는 "2004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성격이 짙지만,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만큼 사태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기업연구소(AEI) 마이클 핑거 수석연구원=미국은 통상 수출국가들이 적당선을 유지하는 '자발적인 조정'을 기대한다. 그러나 중국의 섬유.의류 수출은 그동안 정도를 넘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어찌보면 이번 결정은 미국에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국이 보복을 선언하고 WTO 제소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무역전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라 타협하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미국도 맞받아 쳐서 사태를 키울 생각이 없다. 이번 결정은 2004년 미국 대선을 겨냥한 국내용.한시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미국인들에게 '높은 실업률은 외국 저가 수입품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마당에 어떤 형태로든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바꿔 말하면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공화당도 국내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자칭 자유무역주의자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역사상 가장 심한 수입규제조치를 취했었다.

◇국제경제연구소(IIE) 에드워드 그레이엄 선임연구원=이번 수량제한 조치가 한시적으로만 이뤄진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에번스 상무장관이 한시적 조치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섬유.의류는 미국에서 중간재가 아니라 사실상 최종 상품이다. 따라서 지난해 정부의 철강 수입규제 조치에 반발했던 미국의 자동차 산업처럼 수입 제품을 옹호해 줄 세력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저가 제품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들이 수입 제품 편에 서야 할텐데 그들은 정치적 조직력이 없다. 그래서 중국의 섬유가 손쉬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파장이 EU.일본.한국 등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졌을 때도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를 제쳐두고 규모가 가장 컸던 일본만 타깃으로 삼았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여러 나라를 함께 건드리지는 않는다.

◇카토 연구소 댄 아이켄스 연구원=미국 내 저가 섬유.의류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없다. 이번 결정은 지난 40년간 미국 내 섬유.의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복해온 고관세.쿼터정책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소비자만 해칠 뿐이다. 더구나 중국의 수입제한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와중에 이런 조치가 나오는 것은 중국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명분만 줄 뿐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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