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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광덕산 곳곳 훼손 … 보호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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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 천안과 아산시에 걸쳐 있는 광덕산(해발 6백99m)의 등산로 일부가 보름째 흙더미로 막혀 있다. 천안 광덕면 광덕리 산기슭에 있는 안양암 측이 산 중턱에 건설 중인 대형 주택의 공사를 막기 위해 암자 땅에 개설된 등산로 50여m를 막은 것이다. 산 정상 바로 앞에 주택이 들어서면 경관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찰의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계곡 상류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주택 공사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암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천안시는 "건축법상 하자가 없어 공사를 중지시킬 수 없다"며 암자 측에 "관습도로 구실을 해 온 등산로에서 흙을 치우라"고 시정 지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현행법으로는 광덕산의 환경파괴를 막을 수 없다며 자연환경보전지구로 지정할 것을 시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막을 수 없는 산중 주택=천년 고찰 광덕사에서 1.5㎞쯤 올라가면 산 정상을 9백여m 남겨둔 지점에 안산마을이 나온다. 이곳엔 몇년 전까지 대여섯 가구의 주민이 나물을 캐거나 계단식 밭을 일궈가며 살았으나 생활 불편으로 모두 떠났고, 2000년 李모(51)씨가 이 일대 땅 6천여평을 사들였다.

광덕산 인근이 고향인 李씨는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 살겠다"며 폐가를 헐고 새 집 짓기에 나섰다. 그러나 땅고르기 작업 때부터 안양암의 반대에 부딪혔다.

암자 측 반대를 피하려다 보니 지난달 25일엔 새벽 어둠을 틈타 한옥에 쓰일 통나무.기와 등 건축 자재를 트럭 십여대에 실어 산 위로 옮기던 중 트럭 한대가 광덕사 일주문 하단부를 충돌해 크게 손상시키기도 했다. 이에 암자 측은 부랴부랴 등산로의 차량 통행을 막기에 이르렀다.

李씨는 "농가가 있던 곳에 건축관련법에 맞게 51평짜리 집을 지으려는데 왜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시 관계자도 "읍.면 지역에서 지목(地目)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돼 있는 땅엔 연면적 60평 이하 주택의 경우 건축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별도 허가 없이 지은 후 건축물관리대장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허술한 보호장치=李씨가 집을 짓고 있는 곳은 상수원보호구역(풍세면)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정화조 등 관련시설만 갖추면 완공 후 음식점 등으로 용도를 바꿀 수도 있다. 이와 관련 李씨는 짓고 있는 건물 입구에 전화번호까지 적힌 '00농장'간판을 내걸어 단순 거주용이 아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건물 아래쪽 계단식 밭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지하수를 끌어올려 폭 10m의 연못을 만들었다가 시의 시정지시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초 광덕사 부근에 납골당 건립이 추진되다가 주민.시민단체 등 반대에 부딪혀 이미 투자된 재정 손실에도 불구하고 전면 취소된 바 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난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정보호 및 개발행위 제한지역 지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광덕산의 아산쪽 등산로 입구인 강당골엔 10여년 전부터 각종 음식점과 노래방 등이 마구 들어서 계곡 오염 등 환경 파괴가 심각한 상태다.

천안=조한필 기자

*** 천안.아산 시민의 쉼터

◇ 광덕산=광덕산은 천안.아산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8백5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홀아비꽃대.고려엉겅퀴 등 특산식물만 39종으로 울릉도(32종).소백산(31종) 등보다도 많다. 개비름.개망초 등 외국 귀화식물도 12종뿐으로 전체 식물 종의 1.4%밖에 안돼 충남도내 국립공원인 계룡산(3.3%)보다 생태 건전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광덕산은 오물.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산지정화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게 고작일 뿐 보호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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