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 만드는 유리창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알록달록한 무지개 색,휘어지고 구브러지는 것이 가능,투명하면서도 자외선 차단,흐린 날에도 고효율 작동,저렴한 생산비….’ 염료를 넣어 만든 태양전지의 주요 특성이다.

검은 색 일변도의 태양전지가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염료 태양전지’는 염료가 빛을 받으면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기 태양전지라고도 부른다.일종의 유기물을 전기 생산에 활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기존 태양전지는 무기물인 실리콘이나 화합물 반도체로 만들어 구부러지지도, 다양한 색을 내지도 못할 뿐더러 전기 생산비용이 비싸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다.

염료 태양전지는 다양한 형태.색상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일본 기후(岐阜)대학 미노우라 교수팀은 지난해 말 빨강.파랑.노랑 등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 수 있는 염료 태양전지 '레인보 셀'을 개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화아연과 루테늄 계열의 색소를 이용해 태양전지의 색상을 다양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면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을 색소 태양전지로 장식하고, 전기도 얻을 수 있다. 유리창으로 쓸 경우 밖을 내다볼 수 있으므로 유리창.태양전지 겸용이 가능한 것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도 자외선은 차단하면서도 투명한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오스트리아 조핸스 케플러대학의 연구진은 2001년 부드러운 플라스틱처럼 휘어지는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폴 알리비사토스 박사는 염료와 반도체 입자를 버무려 넣은 고분자를 페인트처럼 건물 외벽이나 지붕에 칠한 뒤 전극만 연결하면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염료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태양전지용 페인트는 세 층으로 칠하게 되는데 맨 위와 바닥의 전극층 역할을 하는 페인트, 중간에 전기를 생산하는 층을 각각 구분해 덧칠하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루테늄 계열과 같은 염료로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이렇다. 염료는 빛을 받으면 에너지가 올라가면서 전기를 만드는 입자인 전자를 내놓는다. 이 전자는 함께 버무려진 반도체 입자를 거쳐 전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만든다.

현재 효율은 스위스 공과대학 마이클 그래첼 박사가 개발한 염료 태양전지가 10.2% 수준이다. 이는 일반에 보급되고 있는 순도가 낮은 실리콘 태양전지에 육박하는 성능이다. 내구성 실험 결과 수명은 7~10년. 제조비용은 기존 태양전지의 5분의1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용수 박사는 "염료를 이용한 태양전지는 태양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의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며 "몇년 안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박사는 염료 태양전지의 전해질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분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염료 태양전지는 1991년 마이클 그래첼 교수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개발 역사를 가진 염료 태양전지가 1백년이 넘는 기존 실리콘이나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일본.스위스 등 선진 각국에는 국가적으로 대규모 연구팀을 만들어 염료 태양전지의 개발, 상용화에 나서는 등 그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개인적인 연구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