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바로서기에 기대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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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은 국민의 신체와 생명,재산이라는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근대국가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의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신속한 기동력과 효율성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치안본부가 마련한 경찰직제안이 중앙기구를 간소화하는 대신 지방경찰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민생치안 기능을 보강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는 생각이다.
또 치안본부장에게 집중돼 있던 업무체계를 국별로 통합하고 이를 기획조정실이 통제·조정하도록 한 것은 경찰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본방향을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경찰의 기능은 국민생활을 권력적 수단을 통해 제한 또는 통제하는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특정 권력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 엄밀히 요구되는 기구다. 이는 민주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선 국민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번 5월 임시국회에서 변칙처리됐던 경찰법이 안고있는 비민주적 요소,즉 경찰인사권의 집중화,경찰위원회의 위상문제등이 경찰조직의 민주화와 중립성 보장의 실현과는 거리가 있음을 다시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은 정치의 발전과 사회의 안정화 추세와 함께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다.
이런 제도적 측면의 엇갈리는 평가와는 별도로 어떤 법률이나 기구가 그 성문화된 내용이나 형식 보다는 적용과 운영의 방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선용될 수도 있다는 일반적인 관례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우선 그동안 시국치안에만 매달려왔던 경찰병력이 민생치안에 집중투입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거의 3개월 가까이 계속됐던 정치적 소요에 따른 시국치안이 불가피했던 점을 이해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강력사건과 미제사건,사회질서의 문란등에 의한 국민의 불만과 불안 또한 적지 않았다. 극히 일부 운동권의 소요에 대한 지나친 집중대처 때문에 사회전반적인 민생치안을 소홀히 취급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과격시위자 체포를 전담했던 사복체포조를 방범에 투입하는 한편 대도시의 경찰기관과 경찰관을 대폭 확충한다는 방침은 바람직한 처사로 생각된다. 이 기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시국치안과 민생치안의 병력수요를 별도로 배정해 상호기능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일반국민이 피부로 느끼기로는 거리질서의 확립과 방범등이 훨씬 더 절실한 것이다.
경찰기구의 효율성과 민주성,또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점에서 이번 직제개편이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이나 형식은 사실상 운영자의 의지와 경찰 전체의 기강확립이 중요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와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라는 목표에 상응하고 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찰기구개편이 보완·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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