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금원씨가 최고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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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발언과 행동엔 몇가지 석연찮은 데가 있다. 盧대통령의 운전기사였다가 생수회사인 장수천 대표를 지낸 선봉술씨와의 금전 거래는 동기와 규모, 방식 면에서 일반적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거래 액수도 검찰 출두 직전과 조사 직후의 주장이 다르다.

姜씨는 검찰 소환에 앞서 "선씨에게 1억5천만원보다 좀 더 줬다"고 했다가 조사 후엔 "9억5천만원 빌려줬다가 4억5천만원 되돌려받았다"고 말했다. 姜씨의 재산규모가 엄청나고 통이 커서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기엔 '1억5천만원보다 좀 더'와 9억5천만원 사이의 괴리는 상식을 벗어난다. 공개하기 곤란한 뭔가가 있어 축소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또 그렇게 화끈한 사람이 대선기간에 민주당에 20억원을 빌려줬다가 일주일 만에 돌려받으면서 이자까지 쳐서 받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빌려준 동기도 아리송하다. 姜씨는 "선씨가 징징거릴 때 놔두면 사고칠까봐 도와준 것"이라고 했다. 선씨가 '징징거린' 이유가 뭔지, 어떤 '사고'를 칠까봐 걱정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금전 거래가 있었던 시기는 대선 막바지인 지난해 11~12월이다. 여러 가지 추측과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姜씨의 처신과 발언은 부적절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국회에서 의원들을 야단치는가 하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는 대통령 측근들의 군기반장" "대통령과 만나고 싶을 때 만난다"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있다. 그는 심지어 "盧대통령은 민주당 회계장부에서 3백억원이 증발했기 때문에 탈당했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대통령 부부는 최근 姜씨 부자와 골프를 쳤다. 대통령과 측근들, 또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해 마음 내키는 대로 큰소리를 치는 姜씨야말로 현 정권의 최고 실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과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검찰이 이런 의문과 의혹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