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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여객기, 화물기로 성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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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한항공이 항공기 개조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23일 부산 김해공장에서 국내 처음 B747-40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출고한 것.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항공기 개조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곧바로 기령(機齡) 15년의 B747-400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 6개월 만에 1호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화물기는 25일부터 국제선 화물노선에 투입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2009년까지 기령 15년 안팎의 같은 기종 여객기 8대를 화물기로 개조할 예정이다. 나아가 기술과 영업력이 좀더 쌓이는 내년부터 외국 항공사의 동종 여객기 개조 작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내년부터 연간 1억 달러의 수출 및 5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항공이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 사업에 뛰어든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저렴한 비용으로 대형 화물기 대수를 늘려 국제 항공화물 세계 1위의 입지를 더욱 굳히려는 것이다. B747-400 신형 화물기를 구입하는 데는 1억5000만 달러 정도 들지만, 기존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는 데는 3000만 달러면 충분하다. 연간 수백만 달러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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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여객기는 새 비행기 수요가 많지만 화물기는 보수.관리만 제대로 하면 낡아도 운항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쌓아 세계 민항기 개조 시장에 진출한다는 포석도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꾸는 건 좌석만 뜯어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200여 명의 기술자가 투입돼 4만여 가지 부품을 바꿔야 하는 까다로운 일이다. 이 때문에 이런 개조 사업을 시작한 나라는 몇 안되며, B747-400 기종의 경우 싱가포르.이스라엘.중국 3개국 밖에는 개조 경험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민항기 개조 시장 전망을 밝게 봤다. 5년 안에 노령화로 화물기로 개조되길 기다리는 B747-400 여객기는 전 세계적으로 3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액수로는 100억 달러의 시장이다.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의 B747-40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는 권리를 미 보잉한테서 확보해 놨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다른 기종에 대해서도 개조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 기술을 쌓아간다는 방침이다.

조항진 부사장은 "항공기 개조사업은 화물사업 기반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작과 정비사업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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