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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국가들 경제회생 불 댕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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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최빈국계열에 들어가는 중미국가들이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찾으면서 경제회복의 기회를 찾고 있다.
중미경제의 80년대는 내란·외채·고유가·고인플레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미는 이 기간중 사상 유례없는 경제침체를 겪었다.
과테말라의 도시 거리에는 어린이들이 허기를 좇기 위해 아교냄새를 맡고 있다. 2백만 명 이상의 과테말라인이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을 마다하지 않고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레이건 정부시절 미국은 국민규모의 비율로 볼 때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군사·경제적 원조를 중미에 제공했다. 미국은 이 기간 중 중미에 내란도 함께 부추겼다.
중미경제는 남미보다 더 빠른 쇠락의 길을 걸어 70년대 남미경제규모의 4.1%정도였으나 80년대에는 3.5%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첫째는 정치적 안정이다.
니카라과에서는 전쟁이 끝났고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도 평화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파나마의 노리에가도 물러났다.
두번째로는 중미국가들이 수출주도의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영기업들의 사영화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리금상환을 못해 중단됐던 국제채권단의 대중미개발자금지원도 재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미국가 경제의 사활이 해외수출에 있는데도 북미·EC 등에서 지역보호주의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중미 각 국의 경제 현황이다.

<코스타리카>
중미에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단단한 편이다. 89년(5.5%), 90년(3.5%) 모두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고품질의 코피수출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중미국가중 수출농산품의 다변화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 89년에 꽃·고급과일·야채 등이 전체 수출의 또%로까지 급성장. 만약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수년 내에 5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미주개발은행(IADB)은 전망하고 있다.
수출주도형으로의 경제개혁이 경제성장을 촉진했다. 최근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부담스러운 외채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많은 외채가 경제성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자본축적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브래디 계획에 따라 국제은행들은 외채와 이자를 일부 탕감해주기로 했다.

<엘살바도르>
지난해는 11년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최고의 호황이었다. 거의 10%나 늘어난 농업생산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기록적인 3.4%였다.
인플레이션율도 라틴아메리카의 수준으로는 적절한 24%에 머물렀다. 많은 전문가들은 알프레도 크리티니 대통령에 의해 1989년 7월 시작된 자유시장개혁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외수출의 50% 이상을 코피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미 정부당국은 지난해가 내전으로 인한 경제손실이 가장 적었던 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나 국내에서의 신규투자는 미미한 상태다.
크리스티니 대통령은 멕시코시에서 진행중인 평화회담이 성사된다면 올해 경제성장은 7∼10%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미경제문제전문가들은 평화회담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엘살바도르의 갖가지 정치적 불만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체제에 좌익세력이 재진입하면서 파업과 토지약탈 등 전쟁의 상처와 빈곤에 대한 대규모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테말라>
지난해의 성장률이 2.8%였던 것을 포함, 87년부터 착실한 성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0년만의 최고치인 77%의 인플레를 기록했다.
올해 1욀 취임한 호르게 세라노 대통령은 국가재정을 바로잡으려는 계획을 출범시켰다. 정부예산은 10%나 감축됐다. 이에 따라 약3천명의 공무원이 해고됐다. 세라노 대통령은 또 새로운 세원을 확보하고 보다 엄격한 조세수취과정을 확립했다. 올해 인플레이션율을 15%로 잡겠다는 계획이다.
세라노 대통령은 긴축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될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전에 완화하기 위한 「사회협정」체결을 노조지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적도농업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흰완두콩·멜런·꽃·참깨 등의 새로운 농산품이 지난해 전체 생산의 13.8%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수출의 22%를 차지한다.

<온두라스>
서반구의 최빈국가운데 하나. 지난해에도 발전은 거의 없었다.
국제은행으로부터의 신용회복을 위해 취하고 있는 긴축정책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라파엘 카예하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정부 지출 축소 ▲관세 인하 ▲화폐 평가절하 ▲새로운 세금원 발굴로 조세수입증가 ▲수도·전화·전기료인상 등의 과감한 시책을 폈다.
지난해 경제규모는 2%나 줄었다. 수천 명의 공무원이 해고됐다. 정부지출이 축소되자 바나나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고 걸프전으로 유가마저 상승했다.
바나나·코피는 전수출품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카예하스의 이같은 정책은 이미 전체국민 10명중 7명이 극빈 상태인 처지라 그다지 인기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국제은행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왔다.

<니카라과>
가장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다. 10년간의 사회주의정책과 내란으로 경제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태다. 생산성은 80년 수준보다 낮고 수출은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만3천%를 기록. 외채는 중미 최대국으로 세계은행은 연수출액의 27배라고 보고. 90년4월 취임한 신임대통령 차모로 여사는 노조를 장악하고 있는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있다.
차모로 대통령은 시장경제개혁을 추진하며 국제채권단의 신용을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고인플레를 잡기 위해 구화폐를 점차 없애며 지난해 가을부터 신화폐 금코르도바를 도입하고 있다.

<파나마>
독재자 노리에가의 실정, 88년 미국의 대파나마 경제제재, 89년 미국의 침공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지난 2년간 실질국민총생산은 17%가 감소했고 90년 경제성장률은 1%였다.
그러나 미국이 침공이후 제공한 4억2천만달러 규모의 경제원조가 투입되면서 올해가 경제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총 경제규모의 70%인 서비스 부문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큰 타격을 입였다. 외국은행들의 예치금이 2백89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줄었으나 최근 50억 달러로 다시 늘었다.
국제채권단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사유화를 시작했으며 긴축재정을 꾀하는 클레르모 엔다라 대통령의 시책에 기대하고 있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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