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지붕 얹은 마을 도서관. 영하의 날씨에도 아이들은 날마다 모여든다. 책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 작은 도서관의 운영자 봉미연씨가 아이들과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순천=손민호 기자
전통 한옥마을인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100채 남짓한 성안 마을은 온통 초가집 천지다. 여기에도 도서관이 하나 있다. 낙안읍성 작은 도서관. 사립문 밀치고 들어가는, 대여섯 평 남짓한 아담한 초가집 도서관이다.
겨울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스무 명 가까운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사방의 벽은 책들로 빼곡했다. 문학나눔 사업 추진위원회가 이태 동안 지원한 한국 문학은 모두 775권. 아이들이 얼마나 책을 빌려보는지 도서대여 목록을 훑어봤다. 모두 104명의 이름이 보였다. 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른도 제법 됐다.
"방학 때니까 아이들이 날마다 나와요. 날도 추운데 마땅히 갈 데도 없거든요. 여름방학 땐 마흔 명 넘게 아이들이 모여요. 그러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이들을 받죠. 시골에 살면 책을 빌려볼 데도 마땅치 않잖아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도 자주 들러요. 다 1~2년 새 바뀐 일이죠."
아이들만 책을 받아보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해군 원사 박찬식씨는 아래와 같은 감사의 글을 문학나눔 사업 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 남겼다.
'해군 최신예 구축함 대조영함 장병일동을 대표하여 인사를 드립니다. 함 내에서 개인이 보유한 도서를 열심히 보고 또 바꿔 보다 우수문학도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위원회에 답지한 감사의 편지도 읽었다. 광주교도소, 경기 안성 노인복지회, 전북 익산 시온육아원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이중엔 전남 신안 압해도의 압해서초등학교 4학년 이은진양이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도 있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위원회 김근 팀장은 "이제 막 문학을 나누고 만나는 사업이 시작됐을 뿐"이라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만남으로부터 창의적인 것이 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수도서 신청방법=문학나눔 사업 추진위원회 홈페이지(www.for-munhak.or.kr) 신청게시판에 신청. 위원회에서 확인 거쳐 보급처 선정.
순천=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