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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투성이 캄보디아 '정글 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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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캄보디아 정글에서 18년간 원시 생활을 하다 돌아왔다고 해서 화제가 된 여성의 행적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22일 "이 여인이 그동안 정글에서 무엇을 먹고살았으며 맹수와 추위를 어떻게 피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13일 캄보디아 북서부 타나키리주의 산골 마을 오야다오에서 벌목공의 도시락을 훔쳐 먹다 발각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추적 결과 그는 8세 때인 1988년 소떼를 몰고 나갔다 행방불명된 로촘 프니엥이며, 18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후 로촘 프니엥은 오른쪽 어깨에 난 흉터가 오래 전 행방불명 된 딸과 똑같다고 주장하는 한 경찰관(45)의 집에 머물고 있다.

프니엥은 말을 거의 하지 못해 배가 고플 때는 배를 두드리는 식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바닥을 응시하거나 자기를 구경하러 온 주민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한다. 집안을 기어다니며 기회만 있으면 옷을 벗어 던지고 집을 뛰쳐나가 정글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다고 경찰관 가족들은 전했다.

그녀의 행적 가운데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8세 소녀가 어떻게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는가 하는 점이다. 추위를 피하고, 말라리아 등 질병을 이겨낸 것도 의문이다.

정글에는 각종 열매와 뿌리가 있지만 어린 아이가 찾아 먹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지역에는 맹수의 위협과 함께 질병도 많아 어린 소녀가 생존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캄보디아의 정글은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입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발견 당시 검은 피부에 머리카락은 무릎까지 내려오고 아무런 옷을 걸치지 않고 있어 마치 원숭이 같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발견 당시 그의 손과 발이 거칠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손톱은 깎은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머리카락도 생각보다 길지 않았으며 엉켜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손목에는 상처가 나 있어 오랜 기간 묶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행방불명 당시 8세 어린이라곤 하지만 집을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실종 경위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누군가가 그를 도와주었거나, 이 소녀가 프니엥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신을 믿는 마을 사람들은 "프니엥이 귀신에 홀려 실종된 뒤 베트남 국경의 산 속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았거나 그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 정글에서는 종종 세상과 단절된 채 생활하는 소수 민족들이 발견됐다고 AFP는 전했다.

경찰은 이러한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그의 DNA를 검사해 프니엥이 맞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또 실종 당시 상황과 정글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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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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