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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영국인도 눈살 찌푸린 '박지성 비하'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말 웃음거리밖에 안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아닌 다른 나라의 팬존에서 일어났습니다.

필자가 인터넷을 뒤적이다 한 사이트 게시판에서 ‘맨유 팬존에서 박지성을 욕하는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기에 클릭해서 봤더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아이디 ‘ManUnited80’이 쓴 이 글은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박지성을 비하하고 있었으며 더 웃긴 사실은 글쓴이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얼마전 한국의 KBS는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대해 방송했다. 맨유의 마케팅 전략. 클럽의 서비스와 편의시설. 후원사 AIG와 공동으로 치른 ‘한국의 날’ 행사 소식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면서 “그런데 박지성이 세계적인 클럽 맨유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이유는 맨유 후원사 AIG의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지성은 부끄러운 선수이고 맨유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된다.” 등등.

그런데 이글은 ‘ManUnited80’이 바보임을 증명합니다. 박지성이 입단한 05~06시즌 맨유의 스폰서는 영국의 휴대전화업체 보다폰이었습니다. 과연 박지성이 보다폰의 마케팅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기고 데려갔을까요? 영국인도 아닌 한국인을 말입니다. 설령 보다폰이나 AIG가 박지성을 자신들의 아시아 마케팅을 위해 데려갔다고 하더라도 주관이 뚜렷하고 선수들의 명성을 절대로 따지지 않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주전으로 기용했을까요?

이 글은 박지성 선수를 욕해서 슬프다기보다는 한국인이 한국 선수를 맨유의 팬존에서 비하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차라리 한국의 사이트에서 욕을 했다면 그냥 넘기겠는데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더구나 영어 실력도 형편없어 댓글을 보면 영국인들이 ‘ManUnited80’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본 외국인들이 남긴 댓글 중 몇 개를 싣습니다.

★ZiZou5 = 지난 시즌 그의 경기를 보기나 한 거야. 그는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많은 어시스트를 했어. 우리에게 판타스틱한 선수야. 그리고 칼링컵에서 우승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 지난 시즌 그의 경기를 보는 건 우리에게는 영광이었지.

★Dirrydg = 박지성이 마무리와 볼터치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성은 있지. 그러나 그가 맨유에 줄 수 있는 완벽한 수준의 에너지와 헌신과 변화무상함은 진정한 수준급이다. 코치와 감독이 그를 다른 맨유 선수들보다 먼저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야. 박지성이 다른 팀에 팔린다면 난 정말 슬플 거야.

★KSK = ManUnited80. 네 영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문법과 형식이란 것도 있다는 걸 참고해.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다른 사람들의 말도 좀 듣도록 해. 그런 행동은 매우 불쾌해.

★19Zambrotta = 이 유치한 녀석(ManUnited80)을 무시해 버려. 이 녀석은 한국 사람임이 100% 분명해. 그래서 마음이 아파. 사실 여러 한국 웹사이트에는 현실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나머지 이런 녀석들이 꽤 있어.

★AisonHa = 지난 시즌 아스널을 상대로 박지성이 골을 넣은 건 뭐지? 만일 박지성이 루니나 호날두같이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골을 넣을 수 있는 더 많은 찬스를 얻었을 거야. 그러나 그건 팀내에서 그의 역할이 아냐. 그것이 바로 그가 이기심을 버리고 항상 팀 동료를 도우려고 하는 이유인 거야.

댓글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박지성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박지성은 팀 플레이를 잘하는 영리한 선수’라는 데 동의합니다. 또한 트래핑과 슛 기량이 부족한 것도 일치합니다. 즉 부족한 점이 있어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인식하는 거죠.

맨유는 세계적인 명문 구단입니다. 또한 전세계 팬을 합치면 우리나라와 북한을 합친 인구 수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구단입니다. 그 구단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왜 한국인이 인정하지 못합니까? 또한 매 경기 베스트 11이나 리저브 5에 포함돼 루니·호날두·네빌·스콜스 등 월드 스타와 호흡을 맞추는 선수를 왜 욕하는 겁니까?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직접 데려간 선수입니다. 과연 이후에도 한국의 어떤 선수가 그런 세계적인 클럽에서 뛸 수 있을까요?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고 있는 것은 한국 축구의 역사입니다. 칭찬해도 아까운 시간. 응원 열심히 하자고요.

김성남 [paper.cyworld.nate.com/snlovekyj/]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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