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씨 출두 늦어지는 속사정(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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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평위」 수습안에 「사찰단」이 제동/자진출두 권유에 “보호계속” 주장/전민련 경찰투입 여론 변화 기대
명동성당측이 대책회의에 통보한 철수시한인 15일 전민련과 유서대필용의자인 강기훈씨(27)가 자진출두의사를 밝히며 그 시기를 검토하고 있어 검·경찰의 반응이 주목된다.
전민련은 이날이 대책회의 철수시한이지만 대책회의 간부들의 신변정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최소한 20일까지는 명동성당에 남고 이를 위해 김수환 추기경에게 재차 신변보호를 요청할 방침이다.
전민련이 강씨 거취문제를 대책회의 간부들과 분리시키려는 이유는 이들 간부들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중이지만 강씨는 시위와는 무관하게 「양심과 진실을 지키기 위해 피신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민련은 광역의회선거일(20일)이 지난뒤 강씨의 결심이 서는 순간 자진 출두할 것이며 이를 위한 조건이 성숙돼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민련 서준식 인권위원장은 『강씨가 결백한이상 적어도 잠적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투쟁한다는게 우리의 기본입장』이라며 『자진출두가 가능한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민련이 강씨의 자진출두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은 14일 오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관계자들의 잇단 방문,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검찰에 보낸 공안내용이 알려진 이후부터였다.
이날 오후 3시 성당내 문화관에 은신중인 강씨를 방문한 김승훈 신부등 사제단 소속신부 4명은 『강씨의 결백을 입증할 확증을 가지고 있다』며 『사제단 차원에서 신변보장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제단 공동의장인 함세웅 신부는 이날 『자체 진상조사결과 강씨는 결백하다는 확증을 얻었다』며 『김추기경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곧 추기경 면담을 통해 강씨가 스스로 출두할 결심이 생길 때까지의 신변보호를 요청할 계획이다.
KNCC산하 「김기설씨 분신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박형규 목사 등 3명도 이날 오후 4시 강씨를 방문,『외국 공인 필적감정기관의 조사결과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검찰발표는 조작가능성이 높다』며 격려했다.
이와 함께 정평위가 검찰에 전달한 공한도 전민련과 강씨의 자진출두 결심을 굳히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민련측은 다만 정평위가 검찰에 보낸 공한에서 ▲홍모양 행방문제 ▲사건후 각계에서 제공한 김기설씨 글씨체를 필적감정의뢰하지 않은 사실 ▲강씨 옥중편지와 집에서 압수한 글씨를 필적감정의뢰하지 않은 부분 등 검찰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아울러 대책회의와는 별개인 강씨에 대해 15일까지 자진출두하라는 성당측의 설득과 권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민련은 이 사건을 공정한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이라는 차원에서 자진출두를 통한 정면돌파를 계획하고 있다.
서준식 위원장은 강씨의 자진출두 조건·시기에 대해 『전체적인 여건과 힘의 균형이 5대 5가 되기를 바라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정도만 돼도 된다』며 신축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경찰은 강씨가 자진출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점은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강씨가 대책회의 철수시한인 15일을 넘겨 20일이후 출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한편으로는 공권력투입의 명분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강씨 자진출두시기는 성당측의 전민련­검·경찰간의 중재와 설득에 따라 극적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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