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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파병연기 "이해할만"…한국 3천명엔 "섭섭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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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규모(3천명) 결정과 관련, CNN 등 미국의 대다수 언론은 13일 "이는 미 정부가 요청한 1만명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생색용으로 몇백명씩 파병하는 외국과 달리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한 규모인데도 미국 정부.언론 어디에서도 고맙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파병 결정 규모를 노무현 대통령의 성향과 연결짓거나 "현재 주한미군 3만7천명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협조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 규모를 많아야 3천명 수준으로 유지키로 함으로써 대폭 늘려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으며, 이는 곧 한국을 방문해 동맹국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계획에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 같은 발표가 이탈리아 주둔군에 대한 폭탄테러 전날 이미 결정됐다는 점과 럼즈펠드 장관의 방한 직전에 발표해 사실상 파병 규모를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자위대 조기 파병을 연기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한결 너그럽다.

우선 일본은 한국과 달리 파병 문제로 그동안 시끄럽지도 않았고, 연기 결정도 이탈리아군에 대한 폭탄테러 직후에 나왔다는 정황을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심지어 "전적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그동안 우리에게 파병은 하되 시기는 신중히 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이번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며 그들은 이 시점에서 그들에게 가능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평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도 盧대통령에 대해서는 반미 성향의 유권자 덕에 당선됐다는 점과 그동안 파병 규모 결정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던 측면을 강조한 반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라크전을 적극 지원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양국 정상의 차이점을 명확히 대비시켰다.

한 외교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의 대미 관계에 차이가 있는 데다 한국은 이라크에서 테러가 불거지기 전부터 파병을 두고 온갖 논란을 벌였고, 발표 시점이나 방법에서도 일본과 달랐던 것이 생색과 대접에서 차이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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